조선의 당쟁 45

조선의 당쟁 5 - 붕당의 불씨

중종은 정비(正妃)가 세 명이었다. 첫 왕비는 연산군 때의 권신이었던 신수근(愼守勤)의 딸, 단경(端敬)왕후 신씨(愼氏)였는데 아버지 때문에 반정 직후 폐위되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서로 사랑하였지만 신하들에 의해 택군(擇君)된 중종은 신씨가 폐서인(廢庶人)이 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종반정 다음 해인 1507년 종4품 숙원으로 있던 윤여필의 딸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는데 그녀가 장경(章敬)왕후 윤씨(尹氏)다. 하지만 그녀는 왕비가 된지 8년만인 1515년, 인종을 낳고 엿새 만에 산후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단경왕후를 다시 맞아들이자는 논란이 잠시 있기도 했으나 여전히 반정주도세력이 남아 있는 상태라 이 논란은 이내 잦아들었다. 그리고 2년 뒤 중종은 두 번째 계비(繼妃..

조선의 당쟁 2019.10.06

조선의 당쟁 4 - 왕권의 변화

무오사화 이후 조정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변화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삼사의 위축이었다. 조선의 관료들이 영예로 여겼던 삼사의 자리가 연산군이 날로 심하게 대간을 핍박하자 모두가 임명되기를 꺼려하는 자리로 바뀐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 유순하고 나약한 성품을 가진 인물들이 임명됨으로써 연산군은 정치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구애받지 않고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여기서 연산군은 강화된 왕권을 정치나 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자신의 사치와 향락에 발휘하였다. 연산군은 사냥, 연회, 음행 등에 더욱 몰두하면서 자신의 방종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궁궐 주변의 민가를 철거하고 왕에 관련된 발언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런 현상은 재위 8 ~ 9년부터 크게 증가하였다. 이에 보..

조선의 당쟁 2019.09.26

조선의 당쟁 3 - 기득권의 반격

졸지에 개혁의 대상이 된 훈구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흔들려는 사림파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훈구파는 사림파를 야생(野生) 귀족이라 칭하며, 사림이 붕당을 만들어 정치를 어지럽게 한다고 비난하면서 연산군 이후 대립이 표면화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사림(士林)이 화(禍)를 입었다는 사화(士禍)이다. 흔히 조선의 4대 사화로 불리는 사건들로 그 첫 번째가 무오사화(戊午史禍)다. 연산군 4년인 1498년 《성종실록》을 편찬하는 중에, 실록청(實錄廳)의 당상관이었던 훈구파의 이극돈은 사초(史草)에 있는 김종직(金宗直)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발견하였다. 김일손이 자신의 스승을 높이려는 마음에서 《성종실록》의 사초에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포함시켰던 것이다. 이극돈은 김종직의 제자 김일손(金馹孫)..

조선의 당쟁 2019.09.18

조선의 당쟁 2 - 붕당

붕당(朋黨). 벗의 무리. 예전에는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불렀다. 송나라의 구양수가 쓴 에서 유래된 말로 알려져 있다. 구양수는 ‘군자(君子)는 군자와 더불어’, ’소인(小人)은 소인과 더불어‘ 붕(朋)을 이룬다면서, ‘군자의 당’은 공도(公道)의 실현을 추구하고 ‘소인의 당’은 개인적 이익의 도모를 일심는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구양수가 정치에서 붕당의 존재를 기정사실화 했다는 점이다. 뒤에 조선의 유학자들이 법(法)처럼 떠받들던 주희(朱熹) 역시 구양수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붕당이 있는 것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군자의 당이 있다면 정승도 군주와 함께 그 당에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은 시작 때부터 이런 붕당이 있었다. 1298년 왕위에 오른 고려의 충선왕..

조선의 당쟁 2019.09.10

조선의 당쟁 1 - 왜구의 굴레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 ~ 1919)은 장승업의 제자이면서 조선의 마지막 도화서원이기도 했다. ‘백악산의 봄날 새벽‘이라는 이 그림은 화제가 경복궁의 뒷산인 백악산일 뿐 진짜 주제는 경복궁이다. 또한 제목에는 봄이라 했지만 그림은 각각 여름과 가을에 그렸다. 조선총독부가 시정 5주년을 기념하는 물산공진회를 경복궁에서 열기 위하여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을 헐던 시기인 1915년에, 스러져가는 조선왕조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경복궁을 화폭에 담았을 것이다. 백악춘효(白岳春曉). 나라가 다시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말일 것이다. “당파싸움으로 망한 나라. 조선(朝鮮).” 어렸을 때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갖게 된 이 인식 때문에 그 후로 조선의 역사는 알고 ..

조선의 당쟁 201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