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鄭道傳)은 『불씨잡변』의 저술을 마친 뒤, 권근(權近)에게 서문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수개월 뒤인 1398년 9월에 제1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고 이방원이 이끄는 세력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면서 『불씨잡변』은 간행되지 못하였다. 그 뒤 근 60년이 지나서 정도전의 유고(遺稿)가 족손(族孫) 한혁(韓奕)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이에 한혁이 같은 해 급제자인 양양 부사(襄陽府使) 윤기견(尹起畎)에게 이를 보였고, 내용에 감탄한 윤기견이 이를 간행하였다. 서(序) [권근(權近)] 내 일찍이 불씨(佛氏)의 설이 세상을 매우 미혹(迷惑)시키는 것을 근심하여 말하기를, “하늘이 하늘노릇을 하고 사람이 사람노릇을 하는 데에 있어서 유교와 불교의 설이 서로 같지 않다. 역상(曆象)이 있은 뒤로부터 한ㆍ서(寒暑)의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