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도는 아시아 1위 신뢰도는 꼴찌 15

겸재 정선 입암도(立巖圖)

우뚝 선 바위. 그림에 정선의 관지는 오른 쪽에 찍힌 겸재(謙齋)라는 도장뿐인데, 위치로 보면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찍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누군가가 후관(後款)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적은 제시(題詩)의 내용은 이렇다. 屹立風濤百丈奇 바람과 파도 속 우뚝 솟은 백장 높이 기이한데 堂堂柱石見於斯 당당한 돌기둥 바로 이곳에서 보는 도다. 今時若有憂天者 지금 만일 하늘이 무너질까 근심하는 이 있다면, 早晩扶傾舍厼誰 조만간에 떠받칠 이 너 아니면 누구인가! 제시 끝에는 입암(立巖)이라 적었다. ‘입암(立巖)’을 우리말로 표현 하면 ‘선바위’인데, 이런 ‘선바위’라는 명칭은 우리나라 전국에 여러 곳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정선의 생애 기간 중 여행한 곳과 남겨진 여러 작품을 통해 이것을 외금강 동쪽 동해..

우리 옛 그림 2021.08.16

의미 없는 요일

시골에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내려왔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는 즐거움과 그 속에서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삶. 때때로 먼 도시의 친구가 찾아와 함께 즐기는 꿈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때부터 그 꿈들은 헛된 망상이 된다. 직장에서는 업무마다 완료라는 개념이 있지만 농사는 수확할 때까지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농사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작물과 농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 더 돌보고 안 한 것의 차이는 수확 때 나타나고 그 사실을 경험 있는 농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다. 매일 같이 일을 해도 늘 못한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농사인 듯하다. 무슨 날이라고..

여름에 어울리는 정선 그림

당대부터 이름이 높았던 정선의 그림은 전하는 작품 수도 많지만 전하는 형태도 다양하다. 13개의 화첩 외에도 개별 작품으로 전하는 것도 다수이고, 또 수장가들이 모은 여러 화가들의 작품첩 속에 들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심사정,정선,최북 합벽첩(合壁帖)」도 그런 경우의 하나다. 이 첩에는 정선의 그림 6점이 들어있는데 그 가운데 더위를 피해 물과 산을 찾아 떠나는 지금처럼 더운 여름에 보면 산과 물의 청량한 기운을 느낄 법한 그림들이 몇 점 있다. 워낙 주목받지 못한 그림들이라 그림 제목도 없지만, 선인들이 즐겼다는 와유(臥遊)를 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아래 그림들은 제목도 없이 그저 '정선필산수도(鄭敾筆山水圖)'로 전해지는 그림들이다.

우리 옛 그림 2021.07.28

허균 9 - 소인론(小人論)

소인론(小人論)은 성소부부고 제11권 문부(文部)의 일곱 번째 논(論)이다. 요즈음 나라에는 소인(小人)도 없으니 또한 군자(君子)도 없다. 소인이 없다면 나라의 다행이지만 만약 군자가 없다면 어떻게 나라일 수 있겠는가?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군자가 없기 때문에 역시 소인도 없는 것이다. 만약 나라에 군자가 있다면 소인들이 그들의 형적(形迹)을 감히 숨기지 못한다. 대저 군자와 소인은 음(陰)과 양(陽), 낮과 밤 같아서 음(陰)이 있으면 반드시 양(陽)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으니, 군자가 있다면 반드시 소인도 있다. 요순(堯舜) 때에도 역시 그랬는데 하물며 뒷세상에서랴. 대개 군자라면 바르고 소인이라면 간사하며, 군자라면 옳고 소인이라면 그르며, 군자라면 공변되고 소인이라면 사심(私心)을..

우리 선조들 2021.07.12

ABC제도와 ABC협회

며칠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ABC협회가 제도개선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그동안 정부광고 집행에 참고자료로 삼고 언론보조금 지급의 기준으로 삼아왔던 ABC협회의 자료를 향후에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금년 봄에 문체부는 신문사들의 '부수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자, ABC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각 신문사에서 주장한 구독자수와 실제 구독자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성실율이 ABC협회는 98%라고 발표했지만 문체부의 조사 결과로는 6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체부는 협회에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ABC협회는 이후 제도개선 노력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ABC협회는 문체부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문체부가 관리와 감독 권한을 갖고 있으며 ..

백가쟁명 2021.07.11

허균 7 - 유재론(遺才論)

유재론(遺才論)은 성소부부고 제11권 문부(文部)의 다섯 번째 논(論)이다.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과, 함께 하늘이 맡겨 준 직분을 다스릴 사람은 인재(人才)가 아니고서는 되지 않는다. 하늘이 인재를 태어나게 함은 본래 한 시대의 쓰임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인재를 태어나게 함에는 고귀한 집안의 태생이라 하여 그 성품을 풍부하게 해주지 않고, 미천한 집안의 태생이라고 하여 그 품성을 인색하게 주지만은 않는다. 그런 때문에 옛날의 선철(先哲)들은 명확히 그런 줄을 알아서, 더러는 초야(草野)에서도 인재를 구했으며, 더러는 병사(兵士)의 대열에서 뽑아냈고, 더러는 패전하여 항복한 적장을 발탁하기도 하였다. 더러는 도둑 무리에서 고르며, 더러는 창고지기를 등용했었다. 그렇게 하여 임용한 사람마다 모두 임무를 맡기..

우리 선조들 2021.07.05

목민심서 56 - 잘못된 관례는 힘써 고쳐라.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11 무릇 전부터 내려오는 그릇된 관례는 굳은 결심으로 고치도록 하고, 혹 고치기 어려운 것이 있더라도 자신은 범하지 말 것이다. (凡謬例之沿襲者 刻意矯革 或其難革者 我則勿犯)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청심(淸心)은 그 가운데 2번째이다. 서로(西路)의 방번전(防番錢), 산간의 화속전(火粟錢), 기타 장세전(場稅錢)ㆍ무녀포(巫女布) 같은 것은 비록 잘못된 관례이기는 하나 모두 조정에서 알고 있는 것들이니 혹 그대로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西路)의 와환채(臥還債) - 호전(戶典)..

목민심서 2021.07.03

허균 6 - 병론(兵論)

병론(兵論)은 성소부부고 제11권 문부(文部)의 네 번째 논(論)이다. 천하에 군대 없는 나라가 있을까? 그런 나라는 없다. 나라에 군대가 없다면 무엇으로써 포악한 무리들을 막겠는가? 포악한 것들을 막을 장비가 없다면 나라가 어떻게 자립하며, 임금이 어떻게 자존(自尊)하며, 백성들은 어떻게 하루인들 그들의 잠자리를 펴랴. 그런데, 천하에 군대 없는 나라가 있다. 군대가 없고도 오히려 수십 년이나 오래도록 보존함은 고금에 없는 바이나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나라다. 그렇다면 포악한 것들을 막을 장비도 없이 오히려 천승(千乘)의 왕위를 유지함에는 어떤 술법(術法)이 있다는 것인가? 그러한 술법은 없고 우연이었다. 왜 우연이라고 하는가? 왜적이 물러간 다음 우연히 다시 오지 않았고, 노추(奴酋)들이 우연히 우리..

우리 선조들 2021.06.29

정수영 해산첩(海山帖) 2

첩의 9면부터 11면까지는 한 개의 그림이다. 그림의 제목은 이다. 천일대(千一臺)는 내금강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표훈동(表訓洞)의 한 봉우리 아래쪽에 흙으로 이루어진 대(臺)를 가리킨다. 정양사(正陽寺) 동쪽에 있으며, 정양사 안의 헐성루(歇惺樓)와 더불어 금강산의 대표적인 전망대로 꼽히는 곳이다. 역시나 이 그림에서도 정수영은 천일대에서 보이는 금강산의 모습을 모두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9면에 정수영이 쓴 글의 내용은 이렇다. 정수영의 풍경 설명은 그림의 왼쪽부터, 즉 11면 끝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오른쪽으로 옮겨와 10면에서는 왼쪽 구석의 오선봉(五仙峰)을 거쳐 위쪽의 봉우리로 옮겨졌다가 다시 11면의 오른쪽 부분으로 되돌아간다. 【표훈사에서 곧장 정양사(正陽寺)로 갔..

우리 옛 그림 2021.06.27

조선의 기생 15 - 김만덕

정조 17년인 1793년 11월에 장령(掌令) 강봉서(姜鳳瑞)가 이런 상소를 올렸다. 【"제주도는 여러 차례 흉년이 들었지만 지난해처럼 추수할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굶어 죽은 사람이 몇 천 명이나 되는지 모르는데, 올해 8월에 또 큰 바람이 연일 불어서 정의현(旌義縣)과 대정현(大靜縣)은 적지(赤地)나 다름없고 제주 좌면(左面)과 우면(右面)도 혹심한 재해를 입어 내년 봄이면 틀림없이 금년보다 배나 더 굶주림을 호소할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 이철운(李喆運)은 밤낮없이 술에 취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환곡을 마구 받아들이면서 매 섬[斛]마다 반드시 두서너 말의 여유 곡식을 더 받고 나누어줄 때는 곡식 1말과 7, 8되[升]에 불과한데도 그 남은 ..

우리 옛 뿌리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