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담 13

옛날이야기 39 - 거면록(祛眠錄)

‘잠을 쫓아내는 글’이라는「거면록(祛眠錄)」은 20세기 전후에 이야기를 수집하여 엮은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전하는 「거면록」은 총 2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마지막 것은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는 것이 있어 원본이 아닌 필사본일 가능성이 높다. 「거면록」은 수록된 이야기 대부분이 소설과 관련된 것이 많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로 인하여 문학적으로는 패설의 소설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가치를 갖는 책이라 한다. 성에 관련된 이야기는 총 3편으로 그 중 두 편은 다른 패설집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이고 는 기존에 널리 퍼져있던 이야기라 한다. ☞벽승양물(劈僧陽物) 한 선비가 집이 가난한데 말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까닭에 오랫동안 바깥에서 지냈다. ▶말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 원문은 ..

우리 옛 뿌리 2020.09.05

옛날이야기 38 - 파적록(破寂錄)

‘고요함을 깨뜨린다’는 뜻의「파적록(破寂錄)」은 20세기를 전후한 때에 찬집된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파적록(破寂錄)」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에 수장되어 있는데 고려대본은 ‘각수록’이란 제목이 붙어있지만, 그 내용은 국립중앙도서관본 「파적록」과 동일하다. 총 4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그 가운데 성에 관한 이야기 는 9편이다. ☞ 집은 매우 가난했지만 글재주만은 독보적인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번 과거를 볼 때마다 한 여관에 들었다. 그 집 주인은 다른 양반들에게는 술과 음식을 후히 갖추어 대접했지만, 이 사람에게만큼은 박대가 심했다. 그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밥을 사 먹을 수도 없었다.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배가 등에 붙는 것 같은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원통하고..

우리 옛 뿌리 2020.09.04

옛날이야기 37 - 각수록(覺睡錄) 3

☞역우환처(易牛換妻) 김 아무개와 박 아무개는 서로 혼인을 맺었다. 하루는 둘이 각각 소를 끌고 시장에 가다가 우연찮게 마주쳤다. 김씨가 말했다. “사돈【우리말로 혼인을 맺은 사람들 간에 서로 사돈(査頓)이라고 부른다】의 소가 참 좋습니다. 내 소와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사돈의 소도 좋으니, 내 마땅히 바꾸지요.” 두 사람은 서로 소를 바꾸고 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날이 점점 저물어지자, 김씨는 박씨의 소를 타고, 박씨는 김씨의 소를 타고 소가 가는대로 맡겨두었다. 사람들은 비록 술에 취해 혼몽했지만, 소는 자기가 다니던 길에 익숙해서 각자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에 두 사람도 바뀐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김씨는 박씨의 집으로, 박씨는 김씨의 집으로 가더..

우리 옛 뿌리 2020.09.03

옛날이야기 36 - 각수록(覺睡錄) 2

☞음낭무입처(陰囊無入處) 호서 지방의 선비 아무개에게는 딸이 둘 있었다. 두 딸이 모두 시집갈 나이가 되자, 선비는 정(鄭) 아무개와 정(丁) 아무개 집에서 사위를 맞이하여 같은 날에 초례를 치르기로 했다. 그 이웃에는 박도령이란 자가 있었는데, 얼굴이 잘 생기고 글도 잘 했다. 그는 항상 두 딸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두 딸은 전혀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다. 초례일이 되자 예식을 행하는 것을 보려고 박도령도 왔다. 두 딸은 곱게 화장을 하고 화려하게 옷을 입고 두 신랑을 맞이하여 말했다. “지아비는 여자의 근본이옵니다. 만약 지아비가 그럴듯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아내 된 자는 종신토록 고생을 할 것입니다. 제가 아직 초례를 치르기 전에 먼저 장부의 재능을 시험해보고자 하오니, 장부께서는 모름지기 갖..

우리 옛 뿌리 2020.09.02

옛날이야기 35 - 각수록(覺睡錄) 1

「각수록(覺睡錄)」은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여기에는 총 2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두 성(性)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실린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전의 이야기들보다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구석들이 조금 더 많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과거부터 전해온 이야기들이 식상하다고 생각하여 더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꾸미다 보니 생긴 결과인지도 모른다. 또 이전 이야기들의 끝에 따라 붙였던 ‘이야기를 듣고 모든 사람들이 웃더라’ 나 ‘포복절도하더라’ 같은 표현들이 이 책의 이야기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화산거사전(花山居士傳) 화산거사(花山居士)가 유람차 강원도에 갔을 때다. 날은 저물고 길은 멀어 방황하다가 겨우 인가를 발견하여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남주인 엽(獵)은 총을 ..

우리 옛 뿌리 2020.09.01

옛날이야기 34 - 교수잡사(攪睡襍史) 4

☞탐대반소(貪大反小) 한 갖바치의 아내는 몹시 예뻤다. 이웃에 사는 사람은 그녀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욕망을 움직일 계책을 생각해냈다. ▶갖바치 : 가죽신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 어느 날 그는 갖바치의 집으로 갔다. 갖바치는 윗방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었고, 그의 아내는 건넌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갖바치는 그에게 왜 왔는지를 물었다. 이웃 사람이 말을 꺼냈다. “부탁할 일이 있는데, 그 사연을 말하려 하니 몹시 부끄럽네.” “당신과 나 둘 뿐인데, 무슨 부끄러운 말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저 말씀이나 해보십시오.” “내 양물이 몹시 큰 편이네. 그래서 걸어 다니다보면 거치적거려 불편할 때가 많다네. 사슴 가죽으로 갑(匣)을 ..

우리 옛 뿌리 2020.08.31

옛날이야기 28 - 기문(奇聞) 1

「기문(奇聞)」은 19세기 말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편찬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문」은 동물 우언(寓言)과 성 이야기가 다수를 차지한다. 「기문」에 실린 총 66편의 이야기 중, 성에 관련된 이야기가 38편이다. ☞교토탈화(狡兎脫禍) 옛날에 수토끼 한 마리가 곰의 굴에 들어갔는데, 어미 곰은 밖에 나가고 새끼 곰만 있었다. 토끼가 새끼 곰에게 말했다. “네 어미가 있었다면 내가 마땅히 그 음문에 한번 흘레라도 했을 텐데.........마침 네 어미가 없는 것이 한탄스럽고 애석하구나.” 어미 곰이 돌아오자 새끼 곰은 토끼가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어미 곰이 화를 내며 말했다. “호랑이는 산군(山君)이로되,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은 그래도 내가 먼저고 호랑이는 나중이라 하지. 하물며..

우리 옛 뿌리 2020.08.24

옛날이야기 27 - 성수패설(醒睡稗說) 3

☞호용문자(好用文字) 부인이 문자를 조금 이해하여, 어떤 단어를 들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써먹었다. 하루는 아들이 들어와 아뢰었다. “오늘 밤에는 아무개와 아무개가 와서 모임을 가질 것입니다. 무료히 보낼 수가 없으니 간소하게라도 술과 안주를 마련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어머니는 그 말에 따라 음식을 갖추어 내보냈다. 마침 어머니가 창밖에 있을 때 아들과 친구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었다. “내가 어제 창밖에 있다가 여러 사람들이 문자 쓰는 것을 들었는데, 모두가 유식한 말이어서 들을 만하더구나. 그런데 용두질, 비역질, 요분질과 같은 문자는 알지 못하겠더구나. 그 단어는 어디에 쓰는 게냐?” 아들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저 둘러대는 말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용두질과..

우리 옛 뿌리 2020.08.09

옛날이야기 26 - 성수패설(醒睡稗說) 2

☞진가난분(眞假難分) 행상을 다니는 장사치가 산골 좁은 길에 들어섰는데 날이 저물고 말았다. 겨우 한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주인을 부르자 한 여인이 나왔다. 장사치는 그 여인에게 말했다. “나는 행상을 다니며 장사하는 것을 업으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마침 여기까지 왔는데, 날이 저물어 머물 곳이 없어서 그러니 하룻밤만 재워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집에는 남정네가 없어서 머물러 잘 수가 없겠네요.” “비록 사내가 없다 할지라도, 문간에 재워주는 것이야 뭐 꺼릴 게 있겠습니까?” “그거는 알아서 하세요.” 상인은 문간에 짐 보따리를 풀어놓고 앉아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 사이로 인적이 있는 듯했다. 상인이 눈을 부비고 자세히 보니 관(冠)을 쓴 어떤 사람이 곧바로 ..

우리 옛 뿌리 2020.08.08

옛날이야기 24 - 어수신화(禦睡新話) 4

☞맹환수린(盲鰥搜隣) 홀아비로 사는 맹인이 일하는 아이까지 내보내고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홀로 앉아 있던 맹인은 무료함에 지쳐 그 물건을 꺼내놓고 손으로 장난을 쳤다. 그때, 이웃에 사는 상놈의 아내가 마침 맹인의 집에 왔다가 그 광경을 보았다. 여인은 맹인이 홀아비로 사는 것이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물건이 몹시 큰 것을 보고 탐욕이 생겼다. 그래서 여인은 곧바로 맹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맹인을 껴안고 자신의 음문에 모자 씌우듯이 그것을 맞추었다. 그렇게 한바탕 즐거움을 나눈 뒤 그녀는 방을 나가버렸다. 맹인은 마음속으로 몹시 고마웠지만, 끝내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맹인은 이웃집을 하나하나 돌며 사례를 하였다. “어제의 일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웃집 아낙은 이 말을..

우리 옛 뿌리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