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검새공화국 16

정도전 20 - 불씨잡변 불법입중국

불법이 중국에 들어 옴[佛法入中國] 【안(按)】 여기서부터 “부처 섬기기를 극진히 할수록 연대는 단촉(短促)되었다[事佛甚謹年代尤促].”까지는 진씨(眞氏 : 진덕수(眞德秀))의 《대학연의(大學衍義)》의 설을 인용한 것이다. 한(漢)나라 명제(明帝)는, 인도[西域]에 신(神)이 있어 그 이름이 불(佛)이라는 말을 듣고 사신(使臣)을 천축(天竺)에 보내어 그 글과 중[沙門]을 얻어 들여왔는데 그 글은 대개 허무(虛無)를 으뜸으로 삼고, 자비(慈悲)와 살생(殺生)하지 않는 것을 귀히 여겨 말하기를, “사람은 죽어도 정신은 멸하지 않아 다시 형체(形體)를 받아 태어나는데, 살아 있을 때에 선(善)한 일을 하고 악(惡)한 일을 한 바에 따라, 다 보응(報應)이 있다.” 하였다. 그러므로 수련(修鍊)하여 부처가 되는..

우리 선조들 2022.02.25

호계에서 세 사람이 웃다.

東林送客處 동림사에서 손님 배웅하는 곳에 月出白猿啼 달뜨고 흰 원숭이 우는데 笑別廬山遠 웃으며 헤어지는 여산의 혜원 스님은 何須過虎溪 어찌 호계를 건너는가! 이 시는 당나라 때 시선(詩仙)으로 불리던 이백(李白)의 란 시이다. 이백은 자가 태백(太白)이고 우리에겐 이태백이란 이름이 더 친숙한 인물이다. 이태백이 지은 시는 고사(古事)를 소재로 한 것이다. 육조시대 동진(東晋)에 중국 정토교(淨土敎)의 개조(開祖)로 알려진 혜원(慧遠)이라는 고승(高僧)이 있었다. 유학을 배우고 도교에도 심취했었으나 21살 때에 도안(道安)에게서 반야경(般若經) 강의를 듣고 동생 혜지(慧持)와 함께 출가하여 그의 제자가 되었다. 혜원은 33살이 되는 386년부터 중국 강서성(江西省)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라는 절에서..

우리 옛 그림 2022.02.22

정도전 19 - 불씨잡변 유석동이지변

유가와 불가의 같고 다름의 변[儒釋同異之辨] 선유(先儒)가 이르기를, “유가(儒家)와 석씨(釋氏)의 도(道)는 문자의 구절(句節) 구절은 같으나 일[事]의 내용은 다르다.” 하였다. 이제 또 이로써 널리 미루어 보면, 우리(유가(儒家))가 허(虛)라고 하고, 저들(불가(佛家))도 허라 하고, 우리가 적(寂)이라 하고 저들도 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허(虛)는 허하되 있는 것이요, 저들의 허는 허하여 없는 것이며, 우리의 적(寂)은 적하되 느끼는 것이요, 저들의 적은 적하여 그만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지(知)와 행(行)을 말하고, 저들은 오(悟)와 수(修)를 말한다. 우리의 지는 만물의 이치가 내 마음에 갖추어 있음을 아는 것이요, 저들의 오(悟)는 이 마음이 본래 텅 비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

우리 선조들 2022.02.21

지록위마의 세상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빨간색을 보고 까만색이라 해도 같이 까맣다고 해주는 거다.” 돈 꽤나 있다고 거드럭대던 친구가 수십 년 전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평생 들은 말 중에 가장 어이없었던 말 중의 하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양아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양아치 노릇을 하고 살면서도 생각과 말이 의외로 반듯한 양아치들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친구는 뼛속까지 양아치였다. 나는 양아치의 진정한 친구가 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이후 우리는 서로 친구가 아니었다. 진나라의 환관 조고는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했다. 지금도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만이 상식과 공정이라고 떠드는 인간이 있다. 친구간의 의리라는 개념을 왜곡하고 사슴을 보고 말이라 칭하며 진실을 가리는 행위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남..

백가쟁명 2022.02.20

목민심서 113 - 태도가 예의에 맞아야 치욕을 면할 수 있다.

●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1 예의로 교제함은 군자가 신중히 여기는 바이니, 공손함이 예의에 알맞으면 치욕을 면할 것이다. (禮際者 君子之所愼也 恭近於禮 遠恥辱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는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존비(尊卑)에는 등급이 있고 상하(上下)에는 표시가 있는 것이 옛날의 예법이다. 수레와 복장이 서로 제도가 다르고 깃발의 장식에 그 문채를 다르게 하는 것은 그 분수를 밝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관(下官)이면 본분을 삼가 지키어 상관을 섬겨야 할 것이다. 나는 문관이요 상대는 무관일지라도 ..

목민심서 2022.02.19

심사정 - 옛 법을 따르다.

창작력을 중시하는 지금의 예술관과는 달리 옛 동양회화에서는 남의 그림을 모방하는 것은 전혀 흠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가의 좋은 그림을 모사(模寫)하면서 그 정신과 기법을 체득하는 것이 그림 제작의 중요한 요체로 장려되었다. 그래서 지금 전하는 옛 그림들에는 누구누구의 그림이나 필법을 ‘방(倣)’했다는 화제가 적힌 그림들이 많다. ‘방(倣)’은 특정한 화가의 화풍이나 사의(寫意)를 따랐다는 의미다. 조선 후기에는 주로 원(元)나라 말기의 산수화가 예찬(倪瓚)과 명나라의 문인화가였던 심주(沈周), 그리고 명나라 말기의 화가이자 서예가였던 동기창(董其昌)을 방(倣)한 예가 많다. 이들은 모두 남종문인화 계열의 화가들이었다. 전하는 심사정의 작품 중에 《방고산수첩(倣古山水帖)》이 있다. 어느 특정화가가 아닌..

우리 옛 그림 2022.02.18

목민심서 112 - 읍례가 사리에 맞지 않으면 고쳐서 지키면 된다.

●봉공(奉公) 제2조 수법(守法) 5 읍례(邑例)란 한 고을의 법이다. 그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 때에는 수정하여 이를 지켜야 한다. (邑例者 一邑之法也 其不中理者 修而守之)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2조인 수법(守法)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읍례(邑例) : 군읍(郡邑)의 관례. 각 고을의 여러 창고에는 모두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례가 있으니, 이름하여 절목(節目)이라 한다. 처음 절목을 정할 때에도 잘되지 못한 점이 많았는데, 뒤에 온 수령들이 마음대로 더하고 빼고 고치면서 온통 사사로운 생각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고 백성들을 착취하게 만..

목민심서 2022.02.15

눈 깔어!

작년 말 개봉된 영화 Don't Look Up. The Big Short의 아담 맥케이 감독 작품이다. Netflix에서 이 영화를 보다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이나 중간에 멈추고 영화를 계속 볼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영화가 후져서가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2022 아카데미상에 작품상을 비롯하여 편집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에 올라있는 수준이다. 출연진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메릴 스트립을 비롯하여 유명 배우들만도 줄잡아 10명이 넘는다. 천문학자의 조수가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진입한 혜성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최대한 스포일링하지 않는 범위에서 영화를 보기 힘들게 만든 역겨운 요소들을 꼽는다면 두 가지의 말과 하나의 장면이다. 첫째는 영화제목이기도 한 “Don't ..

백가쟁명 2022.02.14

조선의 왕들은 누구의 젖을 먹고 자랐을까?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분유가 없었으니 모든 아이들은 젖을 먹고 컸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들은 어릴 때 왕비의 젖을 먹고 자랐을까? 조선시대의 사대부 집안에서는 유모를 들여 아이에게 대신 젖을 물리게 했는데, 이는 왕실도 마찬가지였다.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미리 유모를 선발하여 대기시켜 아이를 키울 준비를 시켰다. 그런데 그 유모의 신분은 대부분 천민이었다. 양가집 여인은 남녀유별의 유교적 윤리 때문에 쓸 수가 없어 결국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천민의 여자를 골라 유모를 삼았다. 몰론 아무나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종실의 여종이나 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내수사(內需司)의 여종 가운데서 골랐다. 그래서 옥체(玉體)로 불리는 조선 왕들의 귀한 몸은 아이러닉하게도 모두 천민의 젖을 먹고..

우리 옛 뿌리 2022.02.13

국뽕이 어때서

국뽕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전까지 우리는 왜(倭) 우익들이 퍼뜨린 ‘헬조선’이란 말에 휩쓸려 스스로 자조하며 의기소침해있었다. 그런데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팬데믹 사태에 대처하는 체계적 의료시스템을 통하여 갑자기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우리도 세계가 왜 우리를 보는지 또 어떻게 보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성과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다루는 콘텐츠들이 무수히 생산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우리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것을 국뽕이라고 불렀다. 국뽕은 ‘국가’와 마약을 의미하는 ’히로뽕‘의 합성어이다. 국가..

백가쟁명 202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