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 Forever 31

연암 박지원 33 - 옥새론(玉璽論)

‘론(論)’은 사리를 판단하여 시비를 밝히는 한문문체의 하나로, 일종의 논설문이다. 조선시대의 글 가운데는 박지원(朴趾源)의 <옥새론(玉璽論)>과 <백이론(伯夷論)>을 명작으로 꼽는다. 박지원은 <옥새론>에서 천하를 얻는 것은 본래 덕(德)으로 얻는 것이지 옥새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논하였다. 『연암집』 ‘연상각선본(煙湘閣選本)’에 들어있다. 조(趙)나라 왕이 화씨(和氏)의 옥(玉)을 얻자 진(秦)나라가 열다섯 성을 주고 바꾸려 하였는데 인상여(藺相如)가 속임수임을 알고는 옥을 온전히 보전하여 조(趙)나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진 나라가 제후들을 합병함에 따라 그 옥은 다시 진나라로 들어와 나라를 전하는 옥새가 되었다. 그 옥새(玉璽)에는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으니 수(壽)를 다하고 길이 창성하리라[受命于..

우리 선조들 2021.07.21

친구네 과수원

작년에는 사과나무에 꽃이 많이 피고 열매도 많이 달려 풍년을 예상했는데 장마철 오랜 비로 사과가 제대로 익질 못했다. 수확한 사과도 제 맛이 나지 않았다. 농사를 망친 해다. 금년에는 시작부터 꽃이 적게 열리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꽃이 피는 시기에 냉해까지 입어 그야말로 사과가 듬성듬성 달렸다. 농촌생활 10여년에 이미 농부가 돼버린 친구는 그것만이라도 잘 자라기를 바라며 푹푹 찌는 날씨에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농촌에 워낙 일손이 모자라다보니 또 불려갔다. 시나노스위트라는 품종의 사과다. 아오리와 같은 계통의 품종이라 하는데, 8월 하순부터 수확하는 아오리는 조생종이고 이 품종은 조금 늦게 9월 초에 수확하는 중생종이다. 관심이 별로 없어서 3년을 과수원에 드나들면서도 이제야 겨우 머릿속에 정리..

이방운의 사군산수 「사군강산삼선수석(四郡江山參僊水石)」2

멀리서 보면 마치 거북이 한 마리가 기어오르는 듯한 형상의 바위가 물에 비치면 거북 무늬 모양을 띄어 각기 구담(龜潭)과 구담봉(龜潭峯)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곳으로, 역시 단양팔경 가운데 하나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도 이곳을 유람하고 시를 남겼다. 그런가하면 일찍이 과거에 뜻을 두지 않고 산수와 더불어 평생을 보냈던 단릉(丹陵) 이윤영(李胤永, 1714 ~ 1759)은 평소에 단양의 산수를 좋아하여 즐겨 찾다가, 부친이 담양 부사로 재직하게 되자 이를 계기로 구담(龜潭)에 정자를 짓고 지냈다. 또한 그의 절친한 벗이었던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 ~ 1760) 역시 관찰사와 다툰 뒤 관직을 버리고 평소 좋아하던 단양에 은거하여 시서화를 즐기며 여생을 보냈다. 이인상은 구담에 은거하..

우리 옛 그림 2021.07.19

목민심서 60 - 자신이 베푼 덕을 드러내지 말라.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15 무릇 받지 않고 내어놓는 것이 있더라도 공공연히 말하지 말고 자랑하는 기색을 나타내지도 말고 남에게 이야기하지도 말며, 전임자(前任者)의 허물도 말하지 말라. (凡有所捨 毋聲言 毋德色 毋以語人 毋說前人過失) 매양 보면, 청렴하되 덕이 부족한 사람은, 혹 잘못된 전례로 생긴 재물을 내어놓아 공리(公理)에 따라 사용하기도 하고, 자기의 봉록(俸祿)을 떼어내어 백성들에게 은혜를 끼치기도 하는데, 그 일이 착하기는 하지만 바야흐로 그것을 내어놓을 때에는 반드시 기를 내어 큰소리치기를, “사대부로 어찌 이런 물건을 쓸 수 있겠는가.” 하고, 아전들이 혹 전례에 의하여 말하면 반드시 꾸짖거나 곤장을 쳐서 자기의 청렴함을 나타낸다. 또, “봉록의 남은 것으로 내 어찌 돌아가서..

목민심서 2021.07.18

조선의 기생 17 - 사회적 인식

머리를 얹지 않은 10대 초반의 나이 어린 여자 기생을 동기(童妓)라 하고, 이들은 머리를 올린 뒤에야 정식 기생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기는 지방의 교방(敎坊)에서 악가무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기예(技藝)를 닦는 동안에도 여악에 동원되는 일이 있었다. 지방의 향연에 동원되기도 하고, 특히 궁중정재 가운데 연화대(蓮花臺)와 선유락(船遊樂)에서는 나이 어린 여악(女樂)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기들이 머리를 얹는 것은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신분이 관기(官妓)이기 때문에 이것도 관아에서 관여를 했다. 동기가 머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기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예의 습득수준이 먼저지만 그와 함께 나이도 고려사항에 포함되었다. 대략 15세 전후다. 일반적으로 노비는..

우리 옛 뿌리 2021.07.17

조중동은 왜 이 정권을 그렇게 까댈까?

과거 언론과 정부는 밀월기간이라는 암묵적 관행이 있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대략 6개월 정도는 여간해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싣지 않는다는 불문율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출발 때부터 두들겨 맞았고, 아직도 매일같이 맞고 있다. 물론 그 타격감이 예전 같지는 않다. 조중동은 왜 이 정부를 패는 일에 선봉장이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그저 조중동이 보수로 가장한 수구세력 또는 친일세력이라 서로 가치관이 안 맞아 싫어하는 것으로 오해를 한다. 그러나 조중동은 원래 특별한 가치관이 있었던 신문들이 아니다. 조중동이 한 때는 자신들 입으로 정론지(正論紙)임을 주장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조중동을 비롯한 이 나라의 대다수 언론들은 늘 권력에 유착하면서 권력의 편에 서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해왔던..

백가쟁명 2021.07.15

이방운의 사군산수 「사군강산삼선수석(四郡江山參僊水石)」1

우리나라 전국에는 팔경(八景)이라 이름 붙인 곳이 무려 98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이 관동팔경(關東八景)과 단양팔경(丹陽八景)이다. 관동팔경은 강원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에 있는 8개소의 명승지를 가리키는 것이고, 단양팔경은 충북 제천과 단양을 중심으로 소백산맥 줄기와 남한강 및 그 지류가 엮어낸 경승을 일컫는 말이다. 실학자 이중환(李重煥)은 「택리지(擇里志)」에 이 지역에 대하여 “영춘(永春), 단양(丹陽), 청풍(淸風), 제천(堤川) 네 고을은 비록 충청도 지역에 포함되어 있으나 실은 한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 두메 가운데를 흐르는 강의 연안에는 석벽과 반석(盤石)이 많다. 그중에서도 단양이 첫째로서 네 고을 모두 첩첩산중에 있다. 십 리 정도를 이어진 들판도 없지..

우리 옛 그림 2021.07.13

허균 9 - 소인론(小人論)

소인론(小人論)은 성소부부고 제11권 문부(文部)의 일곱 번째 논(論)이다. 요즈음 나라에는 소인(小人)도 없으니 또한 군자(君子)도 없다. 소인이 없다면 나라의 다행이지만 만약 군자가 없다면 어떻게 나라일 수 있겠는가?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군자가 없기 때문에 역시 소인도 없는 것이다. 만약 나라에 군자가 있다면 소인들이 그들의 형적(形迹)을 감히 숨기지 못한다. 대저 군자와 소인은 음(陰)과 양(陽), 낮과 밤 같아서 음(陰)이 있으면 반드시 양(陽)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으니, 군자가 있다면 반드시 소인도 있다. 요순(堯舜) 때에도 역시 그랬는데 하물며 뒷세상에서랴. 대개 군자라면 바르고 소인이라면 간사하며, 군자라면 옳고 소인이라면 그르며, 군자라면 공변되고 소인이라면 사심(私心)을..

우리 선조들 2021.07.12

목민심서 58 - 일용품 구매 장부는 꼼꼼히 볼 필요가 없다.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13 무릇 일용 물품의 구매 장부는 자세히 볼 것이 아니니 끝에 서명을 빨리 해야 한다. (凡日用之簿 不宜注目 署尾如流)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청심(淸心)은 그 가운데 2번째이다. 학궁(學宮)과 여러 고(庫)의 하기(下記)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지만, 주리(廚吏)나 현사(縣司)의 하기(下記)는 절대로 자세히 보지 말고 속히 화압(花押) - 방언으로 수례(手例)라 한다. - 을 치는 것이 좋다. 비록 지나친 지출이 있더라도 절대로 깎아서는 안 된다. ▶학궁(學宮) : 성균관(成均館)..

목민심서 2021.07.10

병풍 9 - 백자도(百子圖) 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은 민화(民畵)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솜씨나 격조가 궁중 화가가 그린 그림에 못지않다. 통상 민화 백자도는 화원들의 그림보다 병풍의 크기가 작아지고 배경이 축소되며, 인물이 생략되는 소박한 분위기로 그려졌다고 하는데, 이 병풍은 아마도 권세 있고 돈 있는 양반 집안에서 특별히 정성을 들여 제작한 것인가 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8폭 짜리 이다. 백자도가 또 다른 형태로 변해가는 모습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은 도식화된 백자도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성을 보여준다. 길상화의 또 다른 형식인 문자도(文字圖)와의 절충양식이다. 신선의 인도 하에 동자들이 ‘수(壽)’, ‘복(福)’, ‘효(孝)’, ‘길(吉)’ 과 같은 글자 모양을 한 기화요초를 들고 오는 ..

우리 옛 병풍 20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