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138

풍류와 가락 1 - 정가(正歌)

위의 그림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조상들은 무슨 노래를 부르고 들었을까? 판소리나 민요를 부르고 들었을까? ‘우리 가곡’ 하면 흔히 이은상, 홍난파, 이흥렬 같은 이름들과 ‘가고파’, ‘봉선화’, ‘바우고개’ 같은 곡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곡들은 모두 1920년대 이후에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아 작곡된 것들로 예술가곡이라 부른다. 정작 우리의 전통 가곡은 따로 있다. 우리의 전통 가곡은 우리와 낯설다. 1964년 국가가 판소리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하면서 아낌없는 제도적 지원으로 판소리가 우리의 대표적인 옛 소리로 자리를 잡았지만, 대신 다른 옛 소리들은 판소리의 위세에 묻혀 버렸다. 가곡도 그 중의 하나다. 우리의 전통음악은 크게 정악(正樂)과 속악(俗樂)으로 나누고 성악곡은 정가(正歌)와 ..

우리 옛 뿌리 2019.04.05

귀양살이에도 급이 있었다. 3

유배지에 도착하면 압송관은 유배인을 유배지 고을 수령에게 인계하고, 수령은 죄인을 보수 주인(保授主人)에게 위탁한다. 보수주인은 집 한 채나 방 한 칸을 유배인의 거주지로 제공하고 유배인을 감호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대개 그 지방의 유력자나 형편이 다소 나은 사람들이 지정되었다. 배소에 있는 유배인의 생활비는 그 고을이 부담한다는 특명이 없는 한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유배지에서의 생활은 사실상 상당 부분, 해당지역의 관찰사나 수령에 의해 좌우되었다. 유배인의 신분과 처지 그리고 유배지의 형편에 따라, 일정한 거주 지역을 마련하고 집집마다 날짜를 정하여 돌아가며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고을의 백성에게 거두어 유배인이 거처하는 곳의 보수주인에게 주기도 하였다. 유배인에 대한 대우는 ..

우리 옛 뿌리 2018.07.02

귀양살이에도 급이 있었다 2

유형(流刑)은 원래 기한이 없이 종신을 원칙으로 하였다. 따라서 일종의 무기징역형인 셈이다. 징역형인 도형(徒刑)은 1년부터 시작해서 6개월 단위로 5등급이 있었지만 가장 긴 형기(刑期)가 3년이라 사실은 단기 징역형이다. 유형은 관아에 구금되지 않아 신체가 조금 더 자유롭다는 차이만 있을 뿐 실상 유배지가 감옥이다. 얼마나 귀양살이를 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로 그것은 오직 왕의 마음에 달렸다. 김정희는 9년, 정약용은 18년 귀양살이를 했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유배생활 15년 끝에 결국 풀려나지 못하고 거기서 숨을 거뒀다. 물론 운 좋게 바로 풀려나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왕의 마음이다. 유배죄인의 처지에서는 왕이 있는 궁전을 향해 날마다 절이라도 하고 시(詩)로 왕에 대한 일편..

우리 옛 뿌리 2018.06.24

율곡 이이는 왜 강릉에서 태어났을까?

율곡 이이는 강릉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사임당신씨(師任堂申氏)가 살던 오죽헌에서다. 이이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의 집은 서울이었다. 그런데 이이는 왜 아버지가 살고 있던 서울집이 아니라 외가에서 태어나게 되었을까? 여자는 결혼하면 시가와 친가에서 모두 출가외인으로 취급받아 일생 다시 친정집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조선시대에, 그것도 사대부 집안의 아녀자가 친정집에서 출산을 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혹시 이이의 부모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조선시대에도 요즘처럼 산후조리의 편의를 위해 친정집에서 출산하는 풍습이 있었던 것일까? 기록에는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는 신사임당의 외가가 있는 강릉에서 혼인을 했고 그 12년 뒤에 셋째 아들 율곡을 강릉에서 낳았다고 한다. 우리가 ..

우리 옛 뿌리 2018.05.30

피휘(避諱)

예전에 어떤 대학생과 얘기하는 도중 자신의 이름을 '무슨 자(字), 무슨 자, 무슨 자'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후로도 같은 일을 계속 겪으면서 젊은 사람들이 설 배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얼마 전에는 나이 60은 되어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혹시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거졌던 일도 있었다. 예전에 윗사람과 대화할 때 부모님 함자(銜字)는 "○씨 성(姓)에 ○자, ○자 쓰십니다."로 답하고 자신의 이름은 씨(氏) 대신에 가(家)를 써서 '성은 ○가이고 이름은 ○○입니다"라고 대답하는 법이라고 웃어른에게 배웠다. 상대방이 이름을 잘 못 알아 들은 경우에는, 이름에 쓰는 한자를 훈을 달아 무슨 ○, 무슨 ○를 쓴다고 ..

우리 옛 뿌리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