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생충 기더기 144

정도전 3 - 심기리편 심난기

《심기리편(心氣理篇)》은 , , 3편(篇)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난기(心難氣)는 마음[心]이 기[氣]를 비난한 것이고, 기난심(氣難心)은 기가 마음을 비난한 것이며, 이유심기(理諭心氣)는 이(理)가 마음과 기의 잘못을 깨우쳐 준 것이다. 여기서 심(心), 기(氣), 이(理)는 각각 불교, 도교, 성리학을 상징한다. 역시나 정도전의 글에 권근이 주를 달았다. 세편의 글을 통하여 정도전이 개진하는 바는 “인간의 의미는 이(理)가 실현하는 가치 혹은 도덕성에 있으며, 그 가치의 중심은 인(仁)이라는 인간성과 의(義)로 대변되는 사회성이다. 그런데 불교와 노장은 이 핵심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노장의 기(氣)는 신체의 자연성을 숭상하고 생명의 연장을 꾀할 뿐이고, 불교의 마음[心]은 사물의 압도적 ..

우리 선조들 2021.12.17

김수철 4 - 화훼

전하는 김수철의 그림은 산수화와 함께 화훼 그림이 많다. 화훼화 역시도 김수철의 특징이라 할 간결한 필선과 현대수채화 같은 색채감각이 돋보인다. 《북산화사(北山畵史)》는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소장하고 있는 20폭짜리 화첩이다. 화첩에 ‘기미년 석관전사(石串田舍)’라 적혀있어 1859년에 김수철이 살던 지금의 성북구 석관동에 해당하는 동대문 밖 한적한 산 밑 돌곶이[石串]의 집에서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들이다. 김수철은 매화와 국화 또는 연꽃처럼 군자(君子)의 아취를 나타내는 꽃 외에도 맨드라미나 능소화처럼 마당에 흔히 심는 꽃들까지 다양하게 그렸다. 일반적으로는 로 소개되고 있으나 정작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로 소개하고 있는 두 폭의 그림을 보면 다시 한 번 김수철의 뛰어난 감각에 감..

우리 옛 그림 2021.12.16

목민심서 96 - 귀양객이 곤궁하면 돕는 것이 어진 사람이 할 일이다

● 율기(律己) 제6조 낙시(樂施) 5 귀양살이하는 이가 객지에서 곤궁하면 불쌍히 여겨 도와주는 것도 어진 사람의 할 일이다. (謫徒之人 旅瑣困窮 憐而贍之 亦仁人之務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6조인 ‘낙시(樂施)’는 은혜 베풀기를 즐기는 일이다. 방극근(方克勤)이 제령지부(濟寧知府)로 있을 때 명 태조(明太祖)가 법을 엄하게 적용하여 사대부(士大夫) 중에 귀양 가는 사람이 많았다. 방극근은 제령을 지나는 사람을 번번이 돌보아 주었다. 사람들이 혹 위험하게 여겨도 그만두지 않았다. 김영구(金永耇)가 전주 판관(全州判官)이 되었는데..

목민심서 2021.12.15

병풍 52 - 영조 을유기로연·경현당수작연도병

영조는 조선의 왕으로는 유례가 없을 나이인 83세까지 장수한 왕이다. 재위기간도 무려 52년이나 되어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오래 왕위에 있었다. 80넘은 노인이 돌아가신 집에 조문을 가서 ‘호상(好喪)’이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 했다가 상주와 싸움이 일어났다는 요즘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60을 넘기는 사람도 드문 시절이었다. 그래선지 40만 넘어서도 자신의 호에 늙은이 ‘옹(翁)’자를 스스럼없이 붙여가며 나이든 행세를 했다. ‘노(老)’자는 늙은이를 뜻하는 가장 보편적인 한자이지만, 예전에는 이 ‘노(老)’자에 조금 더 깊은 뜻이 있었던 듯도 하다. 조선 시대에 정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나이 많은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관서로 기로소(耆老所)가 있었다. 태종이 즉위하던 해인 1400년에 ..

우리 옛 병풍 2021.12.14

정도전 2 - 천답(天答)

이 편(篇)은 하늘이 마음[心]에게 대답한 말을 서술한 것이다. 하늘이 이치를 사람에게 부여할 수는 있으나,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착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사람이 하는 바가 그 도(道)를 잃는 일이 많이 있어 천지의 화기(和氣)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앙과 상서가 그 이치의 바른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어찌 하늘의 상도(常道)이겠는가? 하늘은 곧 이(理)요 사람은 기(氣)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니, 이(理)는 본래 하는 것이 없고, 기(氣)가 용사(用事)하는 것이다. 하는 것이 없는 자는 고요하므로 그 도(道)가 더디고 항상[常]하나, 용사(用事)하는 자는 움직이므로 그 응(應)함이 빠르고 변하니, 재앙과 상서의 바르지 못한 것은 모두 기(氣)가 그렇게 시키는 ..

우리 선조들 2021.12.13

정도전 1 - 심문(心問)

정도전은 고려 말의 유학자 중에 가장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였던 인물이다. 그는 『주례』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 체제를 확립하고 성리학적 이념으로 정치를 운영하는 새로운 왕조 건설을 꿈꿨다. 성리학을 통하여 고려 내내 지속되어온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정도전은 고려의 국가 이념이라 할 불교의 폐단과 허황됨을 지적하고 비판하였다. 정도전의 글 가운데 흔히 , , 『불씨잡변(佛氏雜辨)』은 정도전의 대표적인 불교비판 저술로 꼽히고 있다. 그 가운데 은 정도전이 고려 우왕 때인 1375년 나주의 회진(會津)에 유배가 있을 때 지은 것이다. 은 마음이 묻는다는 ‘심문(心問)’과 그에 대한 하늘의 대답인 ‘천답(天答)’으로 나뉜 두 개의 글이다. 정도전은 오늘날 현대인들도 늘 궁금해 하는 하늘의 부조..

우리 선조들 2021.12.12

김수철 3 - 담채산수

서양에 유토피아(Utopia)가 있다면 동양에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다.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理想鄕)이다. 그런데 서양의 유토피아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nowhere)’의 개념이지만 동양의 무릉도원은 ‘어딘가에는 꼭 있을 것’이라 믿어지고 또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개념이다. 김수철이 그린 에도 그런 생각이 담겨있다. 種桃隨處武陵春 복숭아나무 심은 곳마다 무릉도원의 봄이거늘 那必雲中去問津 어찌 곡 구름 속으로 들어가 나루터를 묻는가. 相見當年源裏客 그때의 도원(桃源) 속 나그네를 만나보니 多應本分力田人 본분이 응당 농사에 힘쓰는 사람이로세. 굳이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나루터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복숭아나무를 심어놓으면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림 속 아래쪽 ..

우리 옛 그림 2021.12.10

허균 49 - 장산인전(張山人傳)

벼슬살이에 문제가 될 만큼 도가와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허균은 「한정록」을 지을 만큼 은거(隱居)에 대해 동경하면서 동시에 양생술과 신선사상에도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선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일사소설(逸士小說)’이라 부르는데, 은 그런 류에 속하는 글이다. 장산인(張山人)의 이름은 한웅(漢雄), 어떠한 내력을 지닌 사람임은 알 수 없다.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3대에 걸쳐 양의(瘍醫) 업무에 종사했었다. 그의 아버지는 전에 상륙(商陸)을 먹고서 귀신을 볼 수도, 부릴 수도 있었다 한다. 나이 98세 때 40 정도로 보였는데, 출가(出家)하여 가신 곳도 알지 못했다. 그분이 집을 떠날 때, 2권의 책을 아들에게 주었으니 바로 《옥추경(玉樞經)》과 《운화현추(運化玄樞)》였..

우리 선조들 2021.12.09

병풍 51 - 서병

조선시대의 사랑방(舍廊房)은 남자 주인이 거처하던 공간이다. 안방은 여성의 공간으로 부인에게 내주고, 남자는 바깥채인 사랑방에서 글을 읽으며 학문을 하고 자기 수양을 했다. 사랑방은 또한 손님을 맞는 접객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방은 주인의 안목과 품격을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검소함을 덕목으로 여기던 옛 선비들은 자신의 사랑방을 간소하면서도 단아하되 나름의 격조를 갖추려했다. 주인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그림을 걸기도 했겠지만, 글씨를 걸기도 했을 것이고 병풍이 보편화되면서는 글씨로 만든 병풍을 펴놓기도 했을 것이다. 병풍차가 글씨로만 된 병풍을 서병(書屛)이라고 한다. 서병(書屛)은 보통 종이에 먹으로 글씨를 써서 병풍을 꾸미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서병오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

우리 옛 병풍 2021.12.08

목민심서 94 - 관가의 재물로 남을 돕는 것은 옳지 않다.

● 율기(律己) 제6조 낙시(樂施) 3 내 녹봉에 남는 것이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다. 관가의 재물을 빼내어 사인(私人)을 돌보아 주는 것은 예(禮)가 아니다. (我廩有餘 方可施人 竊公貨以賙私人 非禮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6조인 ‘낙시(樂施)’는 은혜 베풀기를 즐기는 일이다. 만약 공채(公債)가 실지로 많이 있으면 그 실정을 친척과 친구들에게 두루 알려,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와서 요구하게 해야 한다. 기분을 함부로 내다가 관고(官庫)를 탕진하여 아전들은 목을 매고 종들은 도망가며 그 해독이 온 경내에 미치게 되..

목민심서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