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힘 34

목민심서 112 - 읍례가 사리에 맞지 않으면 고쳐서 지키면 된다.

●봉공(奉公) 제2조 수법(守法) 5 읍례(邑例)란 한 고을의 법이다. 그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 때에는 수정하여 이를 지켜야 한다. (邑例者 一邑之法也 其不中理者 修而守之)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2조인 수법(守法)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읍례(邑例) : 군읍(郡邑)의 관례. 각 고을의 여러 창고에는 모두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례가 있으니, 이름하여 절목(節目)이라 한다. 처음 절목을 정할 때에도 잘되지 못한 점이 많았는데, 뒤에 온 수령들이 마음대로 더하고 빼고 고치면서 온통 사사로운 생각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고 백성들을 착취하게 만..

목민심서 2022.02.15

눈 깔어!

작년 말 개봉된 영화 Don't Look Up. The Big Short의 아담 맥케이 감독 작품이다. Netflix에서 이 영화를 보다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이나 중간에 멈추고 영화를 계속 볼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영화가 후져서가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2022 아카데미상에 작품상을 비롯하여 편집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에 올라있는 수준이다. 출연진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메릴 스트립을 비롯하여 유명 배우들만도 줄잡아 10명이 넘는다. 천문학자의 조수가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진입한 혜성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최대한 스포일링하지 않는 범위에서 영화를 보기 힘들게 만든 역겨운 요소들을 꼽는다면 두 가지의 말과 하나의 장면이다. 첫째는 영화제목이기도 한 “Don't ..

백가쟁명 2022.02.14

조선의 왕들은 누구의 젖을 먹고 자랐을까?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분유가 없었으니 모든 아이들은 젖을 먹고 컸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들은 어릴 때 왕비의 젖을 먹고 자랐을까? 조선시대의 사대부 집안에서는 유모를 들여 아이에게 대신 젖을 물리게 했는데, 이는 왕실도 마찬가지였다.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미리 유모를 선발하여 대기시켜 아이를 키울 준비를 시켰다. 그런데 그 유모의 신분은 대부분 천민이었다. 양가집 여인은 남녀유별의 유교적 윤리 때문에 쓸 수가 없어 결국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천민의 여자를 골라 유모를 삼았다. 몰론 아무나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종실의 여종이나 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내수사(內需司)의 여종 가운데서 골랐다. 그래서 옥체(玉體)로 불리는 조선 왕들의 귀한 몸은 아이러닉하게도 모두 천민의 젖을 먹고..

우리 옛 뿌리 2022.02.13

국뽕이 어때서

국뽕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전까지 우리는 왜(倭) 우익들이 퍼뜨린 ‘헬조선’이란 말에 휩쓸려 스스로 자조하며 의기소침해있었다. 그런데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팬데믹 사태에 대처하는 체계적 의료시스템을 통하여 갑자기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우리도 세계가 왜 우리를 보는지 또 어떻게 보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성과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다루는 콘텐츠들이 무수히 생산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우리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것을 국뽕이라고 불렀다. 국뽕은 ‘국가’와 마약을 의미하는 ’히로뽕‘의 합성어이다. 국가..

백가쟁명 2022.02.12

정도전 17 - 불씨잡변 불씨걸식지변

불씨 걸식의 변[佛氏乞食之辨]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다는 것은 큰 일이다. 하루도 먹지 않을 수 없는가 하면, 그렇다고 해서 하루도 구차하게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먹지 않으면 목숨을 해칠 것이요, 구차스럽게 먹으면 의리를 해칠 것이다. 그러므로 홍범(洪範)의 팔정(八政)에 식(食)과 화(貨)를 앞에 두었고, 백성에게 오교(五敎)를 중하게 하되, 식을 처음에 두었으며, 자공(子貢)이 정사[政]에 관하여 물으니 공자(孔子)도 대답하기를, “먹을 것부터 족(足)하게 하라.” 하였다. ▶홍범(洪範) : 홍(洪)은 크다, 범(範)은 법(法)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큰 규범(規範)’. ▶팔정(八政) :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여덟 가지 정사(政事). 즉 식ㆍ화(食貸 : 민생(民生)문제)ㆍ사(祀 : 제사)ㆍ사공(..

우리 선조들 2022.02.11

목민심서 111 - 해가 없는 법은 고치지 말고 사리에 맞는 관례는 버리지 말라.

●봉공(奉公) 제2조 수법(守法) 4 해가 없는 법은 지키어 변경하지 말고, 사리에 맞는 관례는 따라서 없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法之無害者 守而無變 例之合理者 遵而勿失)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2조인 수법(守法)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지금 시대에 살면서 지금의 법령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의리가 아니다. 만약 정치를 논하자면 모름지기 지금의 법도 안에서 선처해야 의리에 알맞게 될 것이다. 만약 그것을 고친 후에 행한다면 무슨 의리가 있겠는가.” 하였다. - 《근사록(近思錄)》에 나온다. - ▶정자(程子)..

목민심서 2022.02.09

심사정필산수도

조선시대에 이름을 얻었던 화가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양반 신분으로 취미삼아 그린을 그림 이들과 전문 화원이다. 공재 윤두서와 관아재 조영석이 전자에 속하고 정선, 김홍도, 신윤복은 모두 전문 화원들이다. 그런데 이런 부류에서 벗어나 양반 신분이면서도 그림을 천직처럼 여기며 살아가야했던 인물이 있었다. 현재 심사정(沈師正, 1707 ~ 1769)이다. 심사정의 증조부는 영의정을 지냈고 그 증조부의 형은 효종의 사위였으니 증조부대에만 해도 심사정의 집안은 명문 사대부 가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심익창(沈益昌)이 경종 때에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 시해를 도모한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사사되면서 심사정의 집안은 몰락하였다. 심사정은 태어나면서부터 역적 집안의 자손이라는 굴레를 지고 살아야 ..

우리 옛 그림 2022.02.08

정도전 16 - 불씨잡변 불씨화복지변

불씨 화복의 변[佛氏禍福之辨] 하늘의 도(道)는 선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 화를 주며, 사람의 도는 선한 이에게 상을 주고 악한 이에게 벌을 주나니, 대개 사람에게는 마음가짐에 사특함과 바름이 있고, 행동함에 옳고 그름이 있어서, 화와 복이 각각 그 유(類)에 따라 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경(詩經)》에, “복을 구하되 사(邪)되게 하지 않는다.” 하였으며 공자(孔子)는, “하늘에 죄를 받으면 빌 곳이 없다.” 하였으니, 대개 군자는 화복에 대하여 자기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자기 몸을 닦을 뿐이지만, 복은 구태여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고, 화는 구태여 피하지 않아도 저절로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군자는 종신토록 할 근심은 있어도 하루 아침의 근심은 없다.” 하나니, 밖으로부..

우리 선조들 2022.02.07

목민심서 110 - 윗사람이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 있다.

●봉공(奉公) 제2조 수법(守法) 4 이익에 유혹되지 않고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법을 지키는 도리이다. 비록 상사가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음이 있어야 한다. (不爲利誘 不爲威屈 守之道也 雖上司督之 有所不受)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2조인 수법(守法)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이명준(李命俊)이 고산 찰방(高山察訪)이 되었는데, 그 역(驛)이 북관(北關)의 요도(要道)에 놓여 있었다. 역마를 타는 자들이 흔히 법의 한계를 넘어서 지나치게 요구하는 수가 많으므로 역졸(驛卒)들이 명령을 견디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법대로 집행하면서 ..

목민심서 2022.02.06

낮잠

따스한 봄볕에 취한 것일까? 힘든 고행 길의 여독 탓일까? 웅크려 앉아 두 무릎위에 머리를 올린 모습이 남 보기에는 불편한 듯 보여도 정작 스님은 달고도 깊은 잠에 빠져있을 듯하다. 수행하는 스님이니 속세의 중생들과는 다른 뭔가 더 철학적인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운몽(九雲夢)의 주인공 성진(性眞)이나 환단지몽(邯鄲之夢)의 노생(盧生)과 여동빈처럼 인생의 부귀영화가 한낱 허황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 중일까? 어릴 때와 군복무 시절에 햇볕에 데워진 따뜻한 담벼락에 기대어 있다가 저도 모르게 들던 잠은 꿀맛이었다. 밖에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에 장작불 지핀 뜨끈한 온돌방에 누워 등을 지지며 자는 잠은 몸을 개운하게 만들고, 더운 여름날 솔솔 부는 바람맞으며 평상에서 자는 잠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