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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3 - 문인화와 난초그림

화인(畵人)으로서의 秋史 추사는 그림도 잘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그의 제자들 중에는 서화가, 특히 화가들도 여럿 있었다. 우봉 조희룡, 고람 전기, 소당 이재관, 소치 허련, 희원 이한철, 해산 유숙, 학석 유재소, 북산 김수철 등이다. 이들 중에는 도화서 화원도 있었지만 고람 전기처럼 한약사로 서화에 능한 중인 묵객도 있었다. 이들이 사실상 19세기 중엽 완당일파의 문인화풍을 펼쳐 나간 주역들이었다. 추사는 문인화풍으로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19세기 전반기 회화사를 장려하게 장식한 문인화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추사의 고매한 문인화의 세계를 심도있게 이해한다는 것 또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의 대표작인 나 같은 작품을 보면서 예술적 감흥을 얻는다는 것은 그의 글씨만큼이나 어려운 일..

추사 김정희 2017.10.28

추사 김정희 2 - 추사의 진면목

추사의 넓고 깊은 학문세계 추사를 함부로 논하기 힘든 이유는 그의 글씨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추사는 단순히 서예가로만 일생을 살아간 분이 아니었다. 그는 당당한 한 사람의 사대부로서 벼슬이 규장각 대교(待敎), 성균관 대사성(大司成), 병조참판(兵曹參判)에 이르렀었고, 시와 문장, 학문에서도 대성한 분이었다. 정옥자 교수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지적활동을 오늘날의 대학문화에 비유하여 文·史·哲을 전공필수로 하고 詩·書·畵를 교양필수로 삼았다고 했는데, 추사는 이 모든 분야에서 'all A'를 받고도 남음이 있는 분이었다고 하였다1. 추사는 무엇보다도 시와 문장의 대가였다. 추사가 세상을 떠나고 10여년이 지나서 그의 제자인 남병길(1820 ~ 1869)이 추사의 시를 모아 「담연재시고 覃揅齋詩藁」를 편찬..

추사 김정희 2017.10.27

추사 김정희 1 - 추사체의 정체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추사 김정희(1780 ~ 1856)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서예가로 흔히는 우리나라 4대 명필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추사가 활동했던 19세기 전반기에는 청나라에도 추사 김정희에 견줄만한 서예가가 없을 정도였고, 그의 글씨는 당대 청나라 학예인들의 상찬을 받았다. 추사는 서예가일 뿐만 아니라 당시 절정에 달해있던 청나라 고증학(考證學)과 금석학(金石學)의 성과를 모두 아우르는, 말하자면 실학(實學) 중에서 금석학과 고증학에서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다. 우리끼리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일본의 동양철학자인 후지즈카 지카시도 "추사는 청조학(淸朝學)연구의 제일인자"라고 그의 권위를 인정했다. 추사는 금석학과 고증학에 대한 연..

추사 김정희 2017.10.26

엄마

“엄마!.....” “엄마!.....” 환갑을 훌쩍 넘긴 사내가 집을 뱅뱅 돌며 엄마를 부른다. 모퉁이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다 휑하니 스산한 모퉁이 뒤편을 보고는 다리에 맥이 풀려 휘청거린다. 그래도 다시 돈다. 다음 모퉁이를 돌면 거기 웃고 뒤돌아 보고 계실 것 같아서. 맥빠진 발걸믐을 멈춰 하늘을 본다. 먼 곳 어느 구석엔가 흔적이라도 보일까, 아니라면 점차 가물가물해지는 그 모습을 그려라도 볼 수 있을까. “엄마!.....” 탄식처럼 흘러나오다 목구멍에 걸린 소리 끝에는 엄마의 모습도 없고 대답도 없다. 다시 또 돈다. 모퉁이를 돌고 또 돈다. 살아생전 듣도 보도 못 한 이 낯선 곳에 계실 리 만무한 줄 알면서도 미친 걸음을 멈출 수 없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 이내 땅에 주저앉아버릴 것 같아서, 어..

흔적들 2017.10.18

홍제원(와이너리펜션) 2

도착한 날 밤 펜션 주인장이 내준 와인은 사과로 만든 white wine. 포도가 아닌 사과로 만든 와인인데도 전혀 어설프지 않고 포도주 다우면서도 맛이 아주 산뜻했다. 게다가 꽤 맛있었다. 술을 마시는 것 같은 부담이 전혀 없어 몇 병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ORTO는 이탈리어라는데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도 잊어버렸다가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터밭', '해(달,별)의 뜸'이라고 나와있는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인장이 설명해줬던 의미가 더 멋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인장은 자신이 기른 사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선 과수원의 위치가 해발 6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어 일교차가 큰 환경으로 사과의 당도가 높아 맛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과수 농가에서 색깔을 빨갛..

흔적들 2017.03.10

홍제원(와이너리펜션) 1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의 홍제원. 요즘 다양한 테마 펜션들이 유행이지만 국내에 와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Winery) 자체가 드문 실정에 와이너리 안에 위치한 와이너리 펜션이라는 concept이 신선하고 이국적이었다. 3월 1일, 안내나 표지판이 없는 길을 내비에만 의존해 도착한 펜션은 입구부터 사방 모두가 사과나무가 가득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가지만 앙상한 사과나무 가운데 자리한 두 동의 흰색 건물이 조금은 황량하게 느껴졌다. 두 건물 중 하나는 와이너리이고 다른 하나가 펜션이었다. 건물 뒷 편에서 건물 벽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따라 계단을 오르자 눈 앞에 소나무가 울창한 산 풍경이 갑자기 계단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펜션과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의 백두대간 수목원의 모습이었다. 계단 양쪽에..

흔적들 2017.03.04

부모란 존재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같은 존재"라는 말에는 괜히 가슴이 찡했고 딜란 토마스의 詩를 들을 때는 전율을 느꼈다. 자식에게는 유령같은 존재가 될지라도 부모는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분노해야 한다. 나이 먹어 편히 노년을 보내며 삶을 마감할 생각 대신에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세상의 모든 불의에 대하여, 빛이 죽어가는 것에 대하여, 끝없이 분노하고 싸워야 한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 Dylan Thomas (1914-195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

흔적들 201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