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이코리아 96

목민심서 32 - 절도 있는 생활과 단정한 옷차림은 수령의 도리이다.

●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1 일상생활에는 절도가 있고, 옷차림은 단정히 하며, 백성들에게 임할 때에는 장중(莊重)하게 하는 것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수령의 도리이다. (與居有節 冠帶整飭 莅民以莊 古之道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가 일체 자기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 만큼, 수령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칙궁(飭躬) :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 동트기 전에 일어나서 촛불을 밝히고 세수하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띠를 띠고 묵묵히 꿇어앉아서 신기(神氣)를 함양(涵養)한다. 얼마쯤 있다가 ..

목민심서 2021.04.26

목민심서 31 - 도장을 사용하게 하여 문서 위조를 방지하라.

●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8 이날에 나무 인장 몇 개를 새겨 각 면(面)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 (是日 刻木印幾顆 頒于諸鄕) ▶이사(莅事) : 수령이 부임하여 실무를 맡아보는 일 나무 인장의 크기는 마땅히 사방 2치로 할 것이며 - 주척(周尺)을 사용한다. - 글자는 ‘모산방향회소지사인(某山坊鄕會所之私印)’이라 새긴다. 향촌의 풍헌과 약정이 모두 인장이 없다. 그래서 관아에 올라오는 보장(報狀)들이 혹 중간의 위작(僞作)이 많으니, 그 소홀함이 이와 같다. 마땅히 목각으로 인장을 만들어 먹으로 찍고 인주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혹 한 면민들의 회의의 보장에 통용해도 된다. 그러므로 ‘풍헌지인(風憲之印)’이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풍헌으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여야 한다. 인장이 만들어지면 나누어 ..

목민심서 2021.04.25

Cherry Blossom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은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가는 듯하다. 봄도 그렇다. 어느새 왔는가 싶으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가버리고 만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종달새 지저귐은 봄이 오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 와버린 봄이 지나가는 소리인 듯하다. 사람들이 한창 봄이 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봄은 이미 저만치 가서 자신이 남긴 뒷모습을 돌아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벚꽃이 지자 체리나무에 꽃이 피었다. 연한 분홍빛을 띠는 벚꽃과 달리 체리 꽃은 흰색이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 꽃잎은 지네. 바람에.“ 봄처럼 상큼하고 아련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심사정 화집(畵集)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은 증조부가 영의정을 지내고 조부도 성천부사를 지낸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조부 심익창(沈益昌)이 영조가 왕세제이던 연잉군(延礽君) 시절에 왕세제 시해에 가담하였던 죄로 인하여 집안은 이미 몰락한 상태였다. 비록 심사정의 부친과 심사정은 화를 면하였지만 역모 죄인의 집안이란 낙인 때문에 관직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부친 심정주(沈廷胄)는 포도를 잘 그렸다고 하는데, 포도와 인물을 잘 그렸다는 외조부 정유승(鄭維升)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심사정도 이런 집안 소질을 이어받아 산수, 화조, 인물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였다. 어려서는 정선(鄭敾)의 문하에서 직접 그림을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강세황이 안산에..

우리 옛 그림 2021.04.23

목민심서 30 - 수령의 인장이나 수결은 자체(字體)가 분명해야 한다.

●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8 인장(印章)의 글씨는 마멸되어서는 안 되고, 화압(花押)은 조잡해서는 안 된다. (印文不可漫滅 花押不可草率) ▶이사(莅事) : 수령이 부임하여 실무를 맡아보는 일 ▶화압(花押) : 도장 대신 붓으로 직접 서명한 것. 즉 수결(手決)과 같은 것으로, 요즘의 사인(Sign)이다. 조선시대에는 대개 초서(草書)로 썼다. 전자(篆字)가 모호하면 아전들이 농간질하기 쉽다. 그러므로 아전들은 말을 만들어서, “인장을 바꾸는 이는 벼슬이 속히 갈린다.”한다. 이에 어리석은 수령은 이 말을 깊이 믿어서 감히 인장을 고쳐 새기지 못하고 글자가 뭉그러지고 획도 없는 것으로 난잡하게 찍는다. 그래서 호박껍질이나 삿갓 조각으로 찍어도 족히 첩(牒)이 되고, 첩(帖)이 되고, 계(契)가 ..

목민심서 2021.04.22

밤이 오는 시골 풍경

아침에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면 왜 태극(太極)을 남색과 홍색으로 그렸는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저녁놀의 색 대비는 아침처럼 강렬하지는 않다. 그래도 저녁놀이 만들어내는 하늘 색깔은 황홀하다.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담은 듯도 하여 엄숙하기도 하다. 나뭇가지 끝에 걸린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존재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면 마음 가득한 온갖 욕심들이 모두 허망해진다. 해가 아침 동쪽에서 떠서 하늘 높이 올랐다 다시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을 반복하며, 우리의 삶이 그와 같음을 매일 알려줘도 깨닫지 못함은 욕심에 사로잡힌 어리석음 때문이리라. 황혼처럼 아름다운 색을 내며 인생의 끝자리를 맞는 이는 얼마나 될까!

목민심서 29 - 다스리는 지역의 지도를 그려 풍속과 사정을 살피라.

●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7 다음날 노리(老吏)를 불러서 화공(畵工)을 모아 본현(本縣)의 사경도(四境圖)를 그려 관아의 벽에 걸어 두도록 한다. (厥明日 召老吏 令募畵工 作本縣四境圖 揭之壁上) ▶이사(莅事) : 수령이 부임하여 실무를 맡아보는 일 ▶노리(老吏) : 나이 많은 아전 ▶사경도(四境圖) : 관할 지역의 사방 경계를 나타낸 지도. 《치현결(治縣訣)》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지도 가운데 강줄기와 산맥은 실제와 꼭 같게 그리도록 힘쓰고 동서남북과 사방의 방위(方位)를 각각 표시하여 나누고, 향명(鄕名)과 이명(里名) - 속칭으로 향을 면(面)이라 한다. - 도 역시 각각 표시하며, 사방 길의 이수(里數)와 여러 마을의 인구의 다소와 큰길과 작은 길ㆍ다리ㆍ나루터ㆍ고개ㆍ정자ㆍ객점(客店)ㆍ사..

목민심서 2021.04.19

이형록 화첩

이형록(李亨祿, 1808 ~ ?)은 19세기에 활동한 화원(畵院) 화가로, 호는 송석(松石)이라 하였다. 후에 택균(宅均)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조부 이성린(李聖麟)을 필두로 조부, 아버지, 삼촌, 사촌들이 모두 화원을 지낸 유명한 화원 집안에서 태어났다. 25세에 차비대령화원으로 차출된 이래 1863년까지 30년 동안 규장각 차비대령화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도감(都監) 제작에 참여하여 회화적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형록은 조부 이종현과 부친 이윤민에 이어 3대째 책가도(冊架圖)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서양식 투시도법을 적용시켜 입체감이 있는 책가도를 잘 그렸고, 책장 없이 서책과 기물을 화면에 분산 배치한 새로운 형식의 책거리 그림도 만들어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전(傳) 이형록「화첩」은..

우리 옛 그림 2021.04.18

목민심서 28 - 근무일지를 기록하여 업무를 관리하라.

▶는 황해도 안릉(安陵)에 새로 부임하는 관리의 행차를 긴 두루마리에 그린 행렬도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의궤도에 보이는 반차도(班次圖) 형태로 그려졌다. 그림에 달린 글에 의하면 김홍도에게 그리게 했다고 적혀있지만, 그림의 세부 필치에 차이가 있음을 근거로 후세에서는 여러 화원 화가들이 함께 그렸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중방(中房), 기생, 좌수(坐首)와 예감(禮監) 일행이 행렬의 끝부분을 이루고 있다. 뒤쪽에 돗자리와 상, 그리고 일산을 등에 얹은 말을 끌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 ●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6 이날 책력(册曆)에 맞추어서 작은 책자를 만들고 모든 일의 정해진 기한을 기록하여 비망을 삼아야 한다. (是日 作適曆小冊 開錄諸當之定限 以補遺忘) 주자(朱子)가 말하였다. “벼슬살이..

목민심서 202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