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도 아시아 1위 신뢰도는 꼴찌 105

낮잠

따스한 봄볕에 취한 것일까? 힘든 고행 길의 여독 탓일까? 웅크려 앉아 두 무릎위에 머리를 올린 모습이 남 보기에는 불편한 듯 보여도 정작 스님은 달고도 깊은 잠에 빠져있을 듯하다. 수행하는 스님이니 속세의 중생들과는 다른 뭔가 더 철학적인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운몽(九雲夢)의 주인공 성진(性眞)이나 환단지몽(邯鄲之夢)의 노생(盧生)과 여동빈처럼 인생의 부귀영화가 한낱 허황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 중일까? 어릴 때와 군복무 시절에 햇볕에 데워진 따뜻한 담벼락에 기대어 있다가 저도 모르게 들던 잠은 꿀맛이었다. 밖에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에 장작불 지핀 뜨끈한 온돌방에 누워 등을 지지며 자는 잠은 몸을 개운하게 만들고, 더운 여름날 솔솔 부는 바람맞으며 평상에서 자는 잠은 기..

정도전 12 - 불씨잡변 불씨훼기인륜지변

불씨가 인륜을 버림에 관한 변[佛氏毁棄人倫之辨] 명도(明道) 선생이 이르기를, “도(道) 밖에 물(物)이 없고 물 밖에 도가 없다. 이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어디를 가나 도가 아님이 없다는 것이다. 부자(父子)에 이르러서는 부자의 친(親)한 바에 있고, 군신(君臣)에 이르러서는 군신의 엄(嚴)한 바에 있고, 부부(夫婦)와 장유(長幼)와 붕우(朋友)에 이르러서도 각각 도가 되지 아니하는 바가 없으니 이는 그것이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즉 그들이 인륜을 허물어뜨리고 사대(四大) - 【안(按)】 사대(四大)는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이다. - 를 버린 그것이 그 도(道)에서 분리된 점이 멀다 하겠다.” 하고, 또 이르기를, “말과 행위가 주변(周徧)하지 않음이 없건만 실..

우리 선조들 2022.01.23

장동의 기로회 - 북원수회첩

겸재 정선은 한성 장동(壯洞)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내내 살며 뛰어난 화업을 이룩했다. 장동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효자동, 청운동 지역으로 백악산 서남쪽과 인왕산 동쪽 기슭이다. 조선시대 이 지역은 도성 내의 ‘산천(山川)’으로 불릴 만큼 숲이 우거지고 물이 맑았던 곳이다. 궁궐과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곳이라 안동 김씨 집안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여러 명문가의 세거지이기도 했다. 정선의 고조부 정연(鄭演)은 종2품 동지중추부사를 지냈지만 증조부부터 3대에 걸쳐 생원, 진사를 뽑는 사마시에도 입격하지 못하여 정선 대에 이르러서는 집안이 쇠락한 상태였다. 정선은 부친이 일찍 사망한 탓에 홀어머니와 동생을 거느리고 소년 가장노릇을 하느라 과거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는지 일찍부터 화도(畵道)에 입문한 것으로..

우리 옛 뿌리 2022.01.13

정도전 9 - 불씨잡변 불씨작용시성지변

불씨 작용이 성이라는 변[佛氏作用是性之辨] 나는 살피건대, 불씨(佛氏)의 설에서는 작용(作用)을 가지고 성(性)이라고 하는데, 방거사(龐居士)의 이른바 ‘먹을 물과 땔나무를 운반하는 것이 모두 묘용(妙用) 아닌 것이 없다.’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안(按)】 방거사의 게송(偈頌)에 “날마다 하는 일이 별 다름이 없으니, 내 스스로가 할 일을 하는 것뿐이네. 취할 것 취하고 버릴 것 버리고 과장하지도 말고 어긋나게 하지도 말 것. 신통(神通)에다 묘용(妙用)을 겸한 그것이 바로 먹을 물과 땔나무를 운반하는 것일세.” 하였다. 대개 성(性)이란 것은 사람이 하늘에서 얻어 태어난 이(理)이고, 작용이란 것은 사람이 하늘에서 얻어 태어난 기(氣)이다. 기가 엉기어 모인 것이 형질(形質)이 되고 신기(神氣)가..

우리 선조들 2022.01.12

목민심서 100 - 임금이 백성에게 내리는 말씀은 수령이 직접 백성들에게 전하라.

●봉공(奉公) 제1조 선화(宣化) 2 윤음(綸音)이 현에 도착하면 백성들을 모아 놓고 친히 선유(宣諭)하여 국가의 은덕을 알게 하여야 한다. (綸音到縣 宜聚集黎民 親口宣諭 俾知德意)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1조인 선화(宣化)는 ‘임금의 교화를 편다’는 의미이다. ▶윤음(綸音) : 임금이 백성에게 내리는 말씀. ▶선유(宣諭) : 임금의 말씀을 백성들에게 널리 공포함. 《후한서(後漢書)》 〈순리열전(循吏列傳)〉 서문에 이렇게 말하였다. “광무제(光武帝)는 민간에서 생장하였으므로, 백성들의 실정과 허위를 잘 알았다. 조서(詔書)를 손수 써서 ..

목민심서 2021.12.31

목민심서 97 - 피란민을 보살펴 구원하는 일은 의로운 사람의 처사다.

● 율기(律己) 제6조 낙시(樂施) 6 전쟁 때 피란하여 떠돌아다니며 임시로 붙어사는 사람을 불쌍히 여겨 보호해 주는 것은 의로운 사람의 할 일이다. (干戈搶攘 流離寄寓 撫而存之 斯義人之行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6조인 ‘낙시(樂施)’는 은혜 베풀기를 즐기는 일이다. 강수곤(姜秀崑)이 고창 현감(高敞縣監)으로 있을 때 바야흐로 전쟁 중에 국내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을 정도였다. 공은 계획을 잘 세우고 마련을 잘하였는데, 호남ㆍ호서 지방의 유랑민이 1천여 명이 되는 데다 북방의 친척과 친구로서 기한(飢寒) 때..

목민심서 2021.12.18

정도전 3 - 심기리편 심난기

《심기리편(心氣理篇)》은 , , 3편(篇)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난기(心難氣)는 마음[心]이 기[氣]를 비난한 것이고, 기난심(氣難心)은 기가 마음을 비난한 것이며, 이유심기(理諭心氣)는 이(理)가 마음과 기의 잘못을 깨우쳐 준 것이다. 여기서 심(心), 기(氣), 이(理)는 각각 불교, 도교, 성리학을 상징한다. 역시나 정도전의 글에 권근이 주를 달았다. 세편의 글을 통하여 정도전이 개진하는 바는 “인간의 의미는 이(理)가 실현하는 가치 혹은 도덕성에 있으며, 그 가치의 중심은 인(仁)이라는 인간성과 의(義)로 대변되는 사회성이다. 그런데 불교와 노장은 이 핵심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노장의 기(氣)는 신체의 자연성을 숭상하고 생명의 연장을 꾀할 뿐이고, 불교의 마음[心]은 사물의 압도적 ..

우리 선조들 2021.12.17

목민심서 96 - 귀양객이 곤궁하면 돕는 것이 어진 사람이 할 일이다

● 율기(律己) 제6조 낙시(樂施) 5 귀양살이하는 이가 객지에서 곤궁하면 불쌍히 여겨 도와주는 것도 어진 사람의 할 일이다. (謫徒之人 旅瑣困窮 憐而贍之 亦仁人之務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6조인 ‘낙시(樂施)’는 은혜 베풀기를 즐기는 일이다. 방극근(方克勤)이 제령지부(濟寧知府)로 있을 때 명 태조(明太祖)가 법을 엄하게 적용하여 사대부(士大夫) 중에 귀양 가는 사람이 많았다. 방극근은 제령을 지나는 사람을 번번이 돌보아 주었다. 사람들이 혹 위험하게 여겨도 그만두지 않았다. 김영구(金永耇)가 전주 판관(全州判官)이 되었는데..

목민심서 2021.12.15

병풍 52 - 영조 을유기로연·경현당수작연도병

영조는 조선의 왕으로는 유례가 없을 나이인 83세까지 장수한 왕이다. 재위기간도 무려 52년이나 되어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오래 왕위에 있었다. 80넘은 노인이 돌아가신 집에 조문을 가서 ‘호상(好喪)’이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 했다가 상주와 싸움이 일어났다는 요즘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60을 넘기는 사람도 드문 시절이었다. 그래선지 40만 넘어서도 자신의 호에 늙은이 ‘옹(翁)’자를 스스럼없이 붙여가며 나이든 행세를 했다. ‘노(老)’자는 늙은이를 뜻하는 가장 보편적인 한자이지만, 예전에는 이 ‘노(老)’자에 조금 더 깊은 뜻이 있었던 듯도 하다. 조선 시대에 정2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나이 많은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관서로 기로소(耆老所)가 있었다. 태종이 즉위하던 해인 1400년에 ..

우리 옛 병풍 2021.12.14

정도전 2 - 천답(天答)

이 편(篇)은 하늘이 마음[心]에게 대답한 말을 서술한 것이다. 하늘이 이치를 사람에게 부여할 수는 있으나,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착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사람이 하는 바가 그 도(道)를 잃는 일이 많이 있어 천지의 화기(和氣)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앙과 상서가 그 이치의 바른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어찌 하늘의 상도(常道)이겠는가? 하늘은 곧 이(理)요 사람은 기(氣)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니, 이(理)는 본래 하는 것이 없고, 기(氣)가 용사(用事)하는 것이다. 하는 것이 없는 자는 고요하므로 그 도(道)가 더디고 항상[常]하나, 용사(用事)하는 자는 움직이므로 그 응(應)함이 빠르고 변하니, 재앙과 상서의 바르지 못한 것은 모두 기(氣)가 그렇게 시키는 ..

우리 선조들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