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에 취한 것일까? 힘든 고행 길의 여독 탓일까? 웅크려 앉아 두 무릎위에 머리를 올린 모습이 남 보기에는 불편한 듯 보여도 정작 스님은 달고도 깊은 잠에 빠져있을 듯하다. 수행하는 스님이니 속세의 중생들과는 다른 뭔가 더 철학적인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운몽(九雲夢)의 주인공 성진(性眞)이나 환단지몽(邯鄲之夢)의 노생(盧生)과 여동빈처럼 인생의 부귀영화가 한낱 허황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 중일까? 어릴 때와 군복무 시절에 햇볕에 데워진 따뜻한 담벼락에 기대어 있다가 저도 모르게 들던 잠은 꿀맛이었다. 밖에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에 장작불 지핀 뜨끈한 온돌방에 누워 등을 지지며 자는 잠은 몸을 개운하게 만들고, 더운 여름날 솔솔 부는 바람맞으며 평상에서 자는 잠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