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이 5호 16국이 되어야 세계가 평안하다 85

의미 없는 요일

시골에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내려왔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는 즐거움과 그 속에서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삶. 때때로 먼 도시의 친구가 찾아와 함께 즐기는 꿈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때부터 그 꿈들은 헛된 망상이 된다. 직장에서는 업무마다 완료라는 개념이 있지만 농사는 수확할 때까지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농사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작물과 농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 더 돌보고 안 한 것의 차이는 수확 때 나타나고 그 사실을 경험 있는 농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다. 매일 같이 일을 해도 늘 못한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농사인 듯하다. 무슨 날이라고..

조선의 기생 19 - 노류장화

박취문과 그 일행의 엽색(獵色)행각은 여행 내내 계속되었다. [​1월 21일] 윤신길이 이른 아침에 방문했다. 기천(岐川) 정자(正字)의 아들 한희주(韓希注)가 들렸다. 식후에 천총(千摠) 이집을 만났다. 집주인이 나를 위해 성대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주니 여러 동료들을 청하여 함께 먹었다. 매우 감사하였다. 저녁에 기생 4, 5명을 불러보았다. [1월 23일] 병영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방(同榜) 급제자 김찬(金贊)이 술을 가져와서 마셨다. 정오에 홀로 향교에 갔는데, 훈장 문일장(文日章)과 유사(有司) 이정겸(李廷謙), 원기(元琦)가 명륜당 위로 맞이하여 술상을 차려주어서 크게 마시고 돌아왔다. (중략) ​날이 어두워질 때 사향소(四鄕所), 향교의 사임(四任) 한희주(韓希注), 주목(朱楘) 등이 술과 안..

우리 옛 뿌리 2021.07.27

목민심서 62 - 청렴하다는 명성은 인생의 영광이다.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17 청렴하다는 명성이 사방에 퍼져서 좋은 소문이 날로 드러나면 또한 인생의 지극한 영화이다. (淸聲四達 令聞日彰 亦人世之至榮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청심(淸心)은 그 가운데 2번째이다. 고려 윤선좌(尹宣佐)가 충숙왕(忠肅王) 때에 한양 부윤(漢陽府尹)이 되었다. 얼마 후에 왕과 공주(公主)가 용산(龍山)에 갔는데, 왕이 좌우를 보고 이르기를, “윤윤(尹尹)은 청렴하고 검소해서 목민관(牧民官)을 삼았으니 너희들은 조심하여 그를 괴롭히거나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후에 왕이..

목민심서 2021.07.26

연암 박지원 34 - 백이론(伯夷論) 상(上)

박지원의 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에 실린 에 대하여 논박한 글로 『연암집』 공작관문고(孔雀館文稿)에 실려 있다. 에 실린 백이와 숙제(叔齊)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백이와 숙제는 은나라의 제후(諸侯)인 고죽군(孤竹君)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숙제에게 지위를 물려주려 했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숙제가 형인 백이에게 양보하려 하였다. 백이는 “아버지의 명이다.”라고 하고는 달아나 버렸다. 그러자 숙제도 왕위에 오르려 하지 않고 달아나 버리니, 나라 사람들이 다른 형제를 왕으로 세웠다. 백이와 숙제가 뒷날 문왕(文王)이 되는 서백(西伯)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로 갔는데, 도착해 보니 서백은 이미 죽었고, 그 아들 무왕이 아비의 신주(神主)를 수레에 싣고서 동쪽으로 은..

우리 선조들 2021.07.25

겸재 정선의 단양그림

고서화 전문화랑인 학고재(學古齋)가 2003년에 「구학첩(丘壑帖)」이라는 정선의 화첩을 공개한 일이 있다. 그동안 겸재 정선의 화첩은 36세 때부터 74세 때까지 총 12권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왔고, 그 가운데 3권만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구학첩(丘壑帖)」은 이 12개의 화첩 명단에 없던 것으로, 말하자면 정선의 13번째 화첩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화첩 가운데 단양 관련 그림 3점만 공개되고, 이후 첩에 대한 내용이 추가로 소개된 일이 없어 첩의 전체적 내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정선의 절친한 벗이었던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의 발문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봉서정(鳳棲亭)은 옛 단양관아(丹陽官衙)에 있었던 누정이다. 그림의 개울가..

우리 옛 그림 2021.07.24

친구네 과수원

작년에는 사과나무에 꽃이 많이 피고 열매도 많이 달려 풍년을 예상했는데 장마철 오랜 비로 사과가 제대로 익질 못했다. 수확한 사과도 제 맛이 나지 않았다. 농사를 망친 해다. 금년에는 시작부터 꽃이 적게 열리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꽃이 피는 시기에 냉해까지 입어 그야말로 사과가 듬성듬성 달렸다. 농촌생활 10여년에 이미 농부가 돼버린 친구는 그것만이라도 잘 자라기를 바라며 푹푹 찌는 날씨에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농촌에 워낙 일손이 모자라다보니 또 불려갔다. 시나노스위트라는 품종의 사과다. 아오리와 같은 계통의 품종이라 하는데, 8월 하순부터 수확하는 아오리는 조생종이고 이 품종은 조금 늦게 9월 초에 수확하는 중생종이다. 관심이 별로 없어서 3년을 과수원에 드나들면서도 이제야 겨우 머릿속에 정리..

조선의 기생 17 - 사회적 인식

머리를 얹지 않은 10대 초반의 나이 어린 여자 기생을 동기(童妓)라 하고, 이들은 머리를 올린 뒤에야 정식 기생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기는 지방의 교방(敎坊)에서 악가무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기예(技藝)를 닦는 동안에도 여악에 동원되는 일이 있었다. 지방의 향연에 동원되기도 하고, 특히 궁중정재 가운데 연화대(蓮花臺)와 선유락(船遊樂)에서는 나이 어린 여악(女樂)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기들이 머리를 얹는 것은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신분이 관기(官妓)이기 때문에 이것도 관아에서 관여를 했다. 동기가 머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기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예의 습득수준이 먼저지만 그와 함께 나이도 고려사항에 포함되었다. 대략 15세 전후다. 일반적으로 노비는..

우리 옛 뿌리 2021.07.17

허균 10 - 호민론(豪民論)

호민론(豪民論)은 성소부부고 제11권 문부(文部)의 여덟 번째 논(論)이다.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바는 오직 백성일 뿐이다. 홍수나 화재, 호랑이, 표범보다도 훨씬 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항상 업신여기며 모질게 부려먹음은 도대체 어떤 이유인가? 대저 이루어진 것만을 함께 즐거워하느라, 항상 눈앞의 일들에 얽매이고, 그냥 따라서 법이나 지키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이란 항민(恒民)이다. 항민이란 두렵지 않다. 모질게 빼앗겨서, 살이 벗겨지고 뼈골이 부서지며, 집안의 수입과 땅의 소출을 다 바쳐서, 한없는 요구에 제공하느라 시름하고 탄식하면서 그들의 윗사람을 탓하는 사람들이란 원민(怨民)이다. 원민도 결코 두렵지 않다. 자취를 푸줏간 속에 숨기고 몰래 딴 마음을 품고서..

우리 선조들 2021.07.16

목민심서 59 - 아랫사람이 올리는 생일상을 물리쳐라.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14 수령의 생일에는 아전과 군교(軍校) 등 제청(諸廳)이 혹 성찬(盛饌)을 올리더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 (牧之生朝 吏校諸廳 或進殷饌 不可受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청심(淸心)은 그 가운데 2번째이다. 아전과 군교들이 바치는 성찬(盛饌)은 모두 백성들의 재력과 노력에서 나온 것이니, 계방(契房)의 돈을 거두기도 하고 보솔(保率)의 돈을 거두기도 하는데, 이것을 빙자하여 온갖 방법을 다해 가혹하게 거두어들인다. 어민들의 물고기를 빼앗고 민촌의 개를 때려잡으며, 밀가루와 기름은 절..

목민심서 2021.07.14

허균 9 - 소인론(小人論)

소인론(小人論)은 성소부부고 제11권 문부(文部)의 일곱 번째 논(論)이다. 요즈음 나라에는 소인(小人)도 없으니 또한 군자(君子)도 없다. 소인이 없다면 나라의 다행이지만 만약 군자가 없다면 어떻게 나라일 수 있겠는가?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군자가 없기 때문에 역시 소인도 없는 것이다. 만약 나라에 군자가 있다면 소인들이 그들의 형적(形迹)을 감히 숨기지 못한다. 대저 군자와 소인은 음(陰)과 양(陽), 낮과 밤 같아서 음(陰)이 있으면 반드시 양(陽)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으니, 군자가 있다면 반드시 소인도 있다. 요순(堯舜) 때에도 역시 그랬는데 하물며 뒷세상에서랴. 대개 군자라면 바르고 소인이라면 간사하며, 군자라면 옳고 소인이라면 그르며, 군자라면 공변되고 소인이라면 사심(私心)을..

우리 선조들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