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163

정도전 4 - 심기리편 기난심

기난심(氣難心)은 기(氣)가 심(心)을 비난한 것이다. 태고 이전부터 존재한 기(氣)는 만물을 낳고 계절을 운행시키는 존재로서 마음에 앞서 있어왔던 존재다. 따라서 기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불완전한 지식으로 마음에 개입하면서 마음이 망동(妄動)하여 고요함과 평안함을 잃게 되었으니 망령됨을 그치고 도(道)의 온전함에 머무르라는 내용이다. 【이 편(篇)은 주로 노씨(老氏)의 양기(養氣)하는 법을 말하여 석씨(釋氏)를 비난한 것이다. 그러므로 편(篇) 가운데 노씨(老氏)의 말을 많이 썼다. 기(氣)라는 것은 하늘이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써 만물을 화생(化生)함에 사람도 이를 얻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기(氣)는 형이하(形而下)인 것으로, 반드시 형이상(..

우리 선조들 2021.12.22

정도전 3 - 심기리편 심난기

《심기리편(心氣理篇)》은 , , 3편(篇)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난기(心難氣)는 마음[心]이 기[氣]를 비난한 것이고, 기난심(氣難心)은 기가 마음을 비난한 것이며, 이유심기(理諭心氣)는 이(理)가 마음과 기의 잘못을 깨우쳐 준 것이다. 여기서 심(心), 기(氣), 이(理)는 각각 불교, 도교, 성리학을 상징한다. 역시나 정도전의 글에 권근이 주를 달았다. 세편의 글을 통하여 정도전이 개진하는 바는 “인간의 의미는 이(理)가 실현하는 가치 혹은 도덕성에 있으며, 그 가치의 중심은 인(仁)이라는 인간성과 의(義)로 대변되는 사회성이다. 그런데 불교와 노장은 이 핵심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노장의 기(氣)는 신체의 자연성을 숭상하고 생명의 연장을 꾀할 뿐이고, 불교의 마음[心]은 사물의 압도적 ..

우리 선조들 2021.12.17

정도전 2 - 천답(天答)

이 편(篇)은 하늘이 마음[心]에게 대답한 말을 서술한 것이다. 하늘이 이치를 사람에게 부여할 수는 있으나,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착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사람이 하는 바가 그 도(道)를 잃는 일이 많이 있어 천지의 화기(和氣)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앙과 상서가 그 이치의 바른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어찌 하늘의 상도(常道)이겠는가? 하늘은 곧 이(理)요 사람은 기(氣)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니, 이(理)는 본래 하는 것이 없고, 기(氣)가 용사(用事)하는 것이다. 하는 것이 없는 자는 고요하므로 그 도(道)가 더디고 항상[常]하나, 용사(用事)하는 자는 움직이므로 그 응(應)함이 빠르고 변하니, 재앙과 상서의 바르지 못한 것은 모두 기(氣)가 그렇게 시키는 ..

우리 선조들 2021.12.13

정도전 1 - 심문(心問)

정도전은 고려 말의 유학자 중에 가장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였던 인물이다. 그는 『주례』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 체제를 확립하고 성리학적 이념으로 정치를 운영하는 새로운 왕조 건설을 꿈꿨다. 성리학을 통하여 고려 내내 지속되어온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정도전은 고려의 국가 이념이라 할 불교의 폐단과 허황됨을 지적하고 비판하였다. 정도전의 글 가운데 흔히 , , 『불씨잡변(佛氏雜辨)』은 정도전의 대표적인 불교비판 저술로 꼽히고 있다. 그 가운데 은 정도전이 고려 우왕 때인 1375년 나주의 회진(會津)에 유배가 있을 때 지은 것이다. 은 마음이 묻는다는 ‘심문(心問)’과 그에 대한 하늘의 대답인 ‘천답(天答)’으로 나뉜 두 개의 글이다. 정도전은 오늘날 현대인들도 늘 궁금해 하는 하늘의 부조..

우리 선조들 2021.12.12

허균 49 - 장산인전(張山人傳)

벼슬살이에 문제가 될 만큼 도가와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허균은 「한정록」을 지을 만큼 은거(隱居)에 대해 동경하면서 동시에 양생술과 신선사상에도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선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일사소설(逸士小說)’이라 부르는데, 은 그런 류에 속하는 글이다. 장산인(張山人)의 이름은 한웅(漢雄), 어떠한 내력을 지닌 사람임은 알 수 없다.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3대에 걸쳐 양의(瘍醫) 업무에 종사했었다. 그의 아버지는 전에 상륙(商陸)을 먹고서 귀신을 볼 수도, 부릴 수도 있었다 한다. 나이 98세 때 40 정도로 보였는데, 출가(出家)하여 가신 곳도 알지 못했다. 그분이 집을 떠날 때, 2권의 책을 아들에게 주었으니 바로 《옥추경(玉樞經)》과 《운화현추(運化玄樞)》였..

우리 선조들 2021.12.09

허균 48 - 장생전(蔣生傳)

장생(蔣生)이란 사람은 어떠한 내력을 지닌 사람인 줄을 알 수가 없었다. 기축년(1589, 선조22) 무렵에 서울에 왕래하며 걸식하면서 살아갔다. 그의 이름을 물으면 자기 역시 알지 못한다 하였고,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거주했던 곳을 물으면, “아버지는 밀양(密陽)의 좌수(座首)였는데 내가 태어난 후 세 살이 되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께서 비첩(婢妾)의 속임수에 빠져 나를 농장(農莊) 종의 집으로 쫓아냈소. 15세에 종이 상민(常民)의 딸에게 장가들게 해주어 몇 해를 살다가 아내가 죽자 떠돌아다니며 호남(湖南)과 호서(湖西)의 수십 고을에 이르렀고 이제 서울까지 왔소.” 하였다. 그의 용모는 매우 우아하고 수려했으며 미목(眉目)도 그린 듯이 고왔다. 담소(談笑)를 잘하여 막힘이 없었고 더욱 노래..

우리 선조들 2021.12.05

허균 47 - 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

은 『성소부부고』에 실려 있는 5편의 전(傳) 가운데 가장 길다. <홍길동전>과 함께 허균소설의 쌍벽을 이룬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남궁두(南宮斗)는 실재하였던 인물이다. 1666년에 홍만종(洪萬宗)이 우리나라 역대의 특이한 인물들의 사적을 모아놓은「해동이적(海東異蹟)」에 등장하고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언급이 있다. 은 남궁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허균이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자신이 꿈꾸는 도인의 삶을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 허균은 살아있을 때도 상반된 평가를 받고 살았다. 한편에서는 총명하고 영민하여 능히 시를 아는 사람이라 하여 문장과 식견에 대한 칭찬을 받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사람됨이 경박하고 인륜도덕을 어지럽히며 이단을 좋아하여 행실을 더럽힌다는 평..

우리 선조들 2021.12.01

허균 46 -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

역시 처럼 매우 짧은 글이다. 조선시대의 불우했던 이달(李達)이라는 시인을 조명했다. 이달은 허난설헌과 허균의 시(詩) 스승이기도 했다. 허균이 이 작품을 통하여 ‘능력은 있으나 적서(嫡庶)차별에 의하여 관직에 나아갈 수 없었던 한 인간의 불우한 일생을 작품으로 형상화시켜 모순된 사회를 비판하려고 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적자와 서자의 차별에 대한 허균의 관심은 높이살만 할지라도, 시를 잘 짓는다는 것 하나로 관직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리 글재주를 통하여 인재를 뽑았던 조선시대라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조선시대에 관리가 되려면 시 짓는 재주뿐만 아니라 거경궁리(居敬窮理)나 극기복례(克己復禮) 같은 소양도 겸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손곡산인(蓀谷山人) 이달(李達)의 ..

우리 선조들 2021.11.27

허균 45 - 엄처사전(嚴處士傳)

‘전(傳)’은 한 인물의 일생 행적을 기록하는 한문문체이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를 편술할 때에 백이열전(伯夷列傳)을 비롯한 70여 편의 전(傳)을 남긴 이후에 역대의 사가들이 이를 계승하면서 정사(正史)의 문체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전(傳)은 문인들에게도 보급되어 정사(正史)에 수용되지 못한 처사(處士)나 은둔자의 드러나지 않은 덕행이나 본받을 만한 행실을 서술하는 방편으로도 활용되었다. 동시에 ‘전(傳)’에서 다루는 인물의 성격과 문장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졌다. 허균은 홍길동전 외에도 자신의 시문집인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5편의 전을 남겼다. 이 글들은 홍길동전과는 달리 모두 한문으로 쓰인 것으로 허균이 40여세 즈음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처사전(..

우리 선조들 2021.11.24

허균 44 - 한정록(閑情錄) 치농(治農) 2

「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섭생(攝生)은 16번째 마지막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사민(四民)의 생업 중에서 농업(農業)이 근본으로 한거자(閑居者)가 해야 할 사업(事業)이다. 그러므로 제16 ‘치농(治農)’으로 한다.” ● 누에를 치는 일[養蠶] 대저 누에를 치는 법은 종자를 선택하는 데서 비롯된다. 견종(繭種)을 섭[蔟] 가운데 환한 쪽에 가서 맑고 두껍고 견실한 것을 취하되, 고치가 단단하고 섬세하고 조그마한 것은 바로 웅견(雄繭)이요, 둥글고 크고 두꺼운 것은 자견(雌繭)인데, 이들을 골라서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방(房) 안의 깨끗한 잠박(蠶箔) 위에 펼쳐 둔다. ..

우리 선조들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