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정에 벼슬하지 않았으므로 사직을 위해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허나 나라가 오백년간 사대부를 길렀으니, 이제 망국의 날을 맞아 죽는 선비 한명이 없다면 그 또한 애통한 노릇 아니겠는가? 나는 위로 황천(皇天)에서 받은 올바른 마음씨를 저버린 적이 없고 아래로는 평생 읽던 좋은 글을 저버리지 아니하려 한다. 길이 잠들려 하니 통쾌하지 아니한가. 너희들은 내가 죽는 것을 지나치게 슬퍼하지 말라.】 황현(黃玹, 1855 ~ 1910)이란 선비가 대한제국 말에 자결에 앞서 쓴 ‘자식들에게 남기는 글’이라는 유서이다. 매천(梅泉) 황현은 철종 때인 1855년 전라도 광양현 봉강면 서석촌에서 태어났다. 그의 선조 중에는 세종대왕 때의 명재상으로 알려진 황희가 있었지만, 인조정변이후로는 가문이 몰락하여 그가..